[책보냥] 이 책방의 주인은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 책방

by 이네숨


20대 시절 돈암동에 살면서 성북동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 동네의 소박하면서도 여유있는 느낌이 항상 좋았다.


성북동 가게들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단정하면서도

그 세월에 변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재의 시간과 같이 흐르면서 젊은 세대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책방을 가는 길목마다 재미있는 가게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 중 오래된 옛날 중국집이 있는데, 정문간판과 건물 바깥쪽에 붙어있는 간판의 적힌 전통년도 횟수가 매번 변경되어 그 부분만 색이 다르거나 숫자가 제각각이다.


가게 정문에 붙여진 간판에 50년 전통이라고 적혀져 있으니 올해 들어서는 50년 전통이 된 듯하다.

(바깥쪽 간판은 45년이라고 붙여져 있음)


젊은 세대들도 찾는 옛날중국집 50년 전통 성북동가게

아, 그 중국집 방향이 아닌데, 잠시 엿길로 샐 뻔 했다.


네이버 지도로 안내하는 길보다 집과 집사이 틈으로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작은 길로 안내드리고 싶다.

그 골목길 사이로 고양이처럼 비집고 들어서면  정면에 푸른문이 보인다.


그 푸른문이 보이는 앞에 서 있다면 책보냥 서점 근처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나무 음각으로 새겨진  "책보냥" 간판이 있으니까 말이다.


고양이는 집 밖을 나가는 습성이 있어서 큰 대문을 닫아둔 것 같았다.


잠깐, 당신이 상상력이 매우 뛰어나다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문을 열면 고양이들이 야옹야옹 합창을 하며 당신을 반겨줄 상상을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고양이들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지도, 바라보지  않는다.


벨을 누르려는 찰나,

갑자기 대문이 열렸다. 순간, 자동문?인 줄 알았다


고양이 집사이자, 책보냥의 주인분이 나오셨다.


“신을 벗으시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ㄱ자 마당에는 , 책손님들의 신발들이 놓여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만질만질한 마룻바닥을 슬리퍼의 바닥으로 스치며 책방 내부를 둘러보았다.


”아, 이쪽으로 가시면 제가 추천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 책방 주인분이 첫 방문한 손님을 친절히 응대해 주셨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노란 빛깔 털색과 에메랄드 눈빛색이 매우 도도해 보이는 책보냥의 하로였다.

그저 안락한 쿠션에 앉아 당신이 무슨 책을 볼지 아주 잠시 바라보거나  잠에 빠져있다.


고양이 하로
실물의 하로





갑자기, 책방 안에서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키가 고양이를 버렸었대"

"우리 고양이들에게 그런 일들이 많지. 나 하로도 11년 전에 아주 자그마한 아이일 때 구조되었었다고."


“아니, 정어리를 주지 않았다고 고양이가 괴팍하게 손톱으로 할퀴어서 글을 못쓰게 돼서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래서 내다 버린 거지”


"오해일세, 아주 단단히, 정어리 말고도 맛있는 게 많은데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 테지.

새로운 삶을 찾으러 갔거나 구직활동을 하러 나갔거나, 고양이에게도 삶이 있다는 거지 암."


아니 지금 이 소리는 무슨 소리야?! 


내가 퇴사하고 정신이 혼미해진 건 맞는데, 이 소리는 뭐지?


그 무라카미 하루키께서 고양이를 버리다니. 글을 쓰면서 무슨 사정이 생긴 건 아니고? 호기심반 걱정반으로

그런 궁금증에 나는 내 앞에 보인 <고양이를 버리다> 책을 꺼내 들었다.


"이제 차분히, 조용히 있자꾸나, 이 여성양반*이 책을 들었잖아"

(*성북동의 고양이들은 한옥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양반이라고 부른다)


할머니고양이로 생각되는 고양이, 아마 나이는 20살이 넘어 보이는 나긋하고 인자한 목소리가 들리자 다른 고양이들의 수근수근대던 소리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하루키의 유년시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고 그중 고양이를

해변가에 버리게 된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책보냥에 큐레이션 된 고양이 책들




물론 고양이에 대하여, 고양이를 위하여와 같은 고양이 주제 책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강작가의 책도 있었고, 예술 디자인 서적도 다양하게 있었다.


한 동안 문제해결에 집착했던 나로선 더 재미있는 것을 찾았다.


"머리를 복잡하게 쓰지 말자. 사실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은 생각도 없잖아"

속으로 되뇌었다.



"미야옹! 내가 일하는 직장보다 좋은 곳은 없을 뗀데냥?, 앉아있기만 해도 월급을 주고 털을 쓰다듬어 준다냥, 인간들이 내 등털을 쓰다듬어주는 건 사실 좀 꾀름찍해냥, 그러나 그 정도는 감안해야냥!

스트레스를 받는 만큼 돈을 버는 것이라는 걸 너도 알잖냥?"


내가 한동안 약을 잘못 먹어 환청에 시달린 건 아니었을 테다.


"어? 뭐라고, 난 스트레스 안 받고 돈 벌고 싶어. 근데 지금 말하는 너는 어디에 있어?"


"여깄다냥! 내 이름은 모부!, 캔 부자가 되고 싶은 고양이지!"

뒤를 돌아보니 캔을 당당히 들고 있는 만화책 속의 고양이를 발견했다.


삼색 고양이 모부는 캔부자가 되고 싶어

"아! 너였구나! 쫑긋한 귀에 욕심 가득한 입모양의 모부!"


생각해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 책이야기를 할 때 당당히 구직활동을 말했던 자아확립이 된 고양이었다.


"너의 그 당당함을 배워야겠다. 모부, 너에 대해 좀 알아볼게"하며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다.

창가자리에 앉아 사람구경을 하거나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목표지향적인 고양이 모부를 보면서,

내가 왜 퇴사를 하고 이렇게 책을 보러 다니는 걸까?


난임, 직장에서 괴롭히던 상사, 수면부족, 과로 이 모든 것에서 도망치는 걸까?라는 질문을 했지.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나만의 케렌시아(피난처, 안식처-투우 소가 쉬는 곳)를 항상 떠올렸어.

나에게 케렌시아는 책방이었지.


그런데 나에게 그 일이 생기고 나서, 케렌시아로 당장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충격과 불안이 생겼어.

이 책방에 오면 나를 보호해 준다는 생각이 들어.


아마, 누군가에게 버림받거나 자기를 잃어버린 곳에게 이 책방만큼 좋은 케렌시아가 어디 있겠어?!

라고 내 마음의 소리가 계속 외치고 있었어.


이런 나를 가장 어여쁘게 여길 사람은 프랑스 철학가 몽테뉴일지 몰라.


이것저것 두루 경험했으니 이제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케렌시아에 온 나의 소명일 것이라는 생각.


괴테가 말한 '치타델레 Zitadelle'라고 불리는 내적인 자아,

아무도 그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자아로 향한 여행으로 가는 길을 발견하고자 했던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이 수많은 책에서 나를 찾으려고 했는지 모르지.

그렇게 처음 만남의 시작은 이 책보냥 서점에서 시작을 했고,


성북동, 책서점, 고양이 이 모든 것이 나에게 너무나 완벽한 케렌시아였고 이 보다 더 좋은 책방이 있을까 싶은데 또 다른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하로와 하동


이제 또 다른 케렌시아를 찾아가야지.

아직 나는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야.





[책보냥]

주소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10가길 21 (성북동)

운영시간 : Thu & Sun 13:00 ~ 19:00, Fri-Sat 13:00 ~ 20:00

휴무일 : 월-수요일 휴무



https://www.bookshopmap.com/map/chaekbonyang





keyword
이전 02화책방의 나라,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