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nother Kind of Mar 23. 2016
D-4, D-3, D-2, D-1… 드디어, 내일이면!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거창할 수도 있다.
그래, 내일은 드디어 기다리던 월급날이다. 이제 쇼핑몰에서 눈도장 찍어 두었던 그 재킷, 그 신발, 살 수 있다. 그리고 한 동안 가고 싶었던 패밀리 레스토랑도 갈 수 있고, 있어 보이는 수제 맥주 집에 가서 술도 한 잔 할 수 있다. 그동안 약간은 ‘찌질해’ 보이게 친구에게 월급 타면 하자고 약속했던 그 모든 것들, 드디어 할 수 있는 날짜가 다가온다!
월급은, 아니 돈은, 마치 사람에게 희망고문 같다. 어쩔 땐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주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역시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잠깐 그 자유와 무기력의 시기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새 일 년이 훌쩍 지나가고, 희망 고문으로 인해 들렸다 놓였다 하던 나는 돈에지쳐 널브러진 가엾은 중생이 되어있다. 그리고 변함없는 사실은 더더욱 ‘돈’ 그의 ‘밀당’에 안달 난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 뭐,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누구에게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옷을 입고 밖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동일하고 이 모든 행위에 돈이라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니까.
사람은 누구나 어떤 것이든 간에 일정한 나이가 되면 직업을 갖게 되고, 특수한 몇 가지 경우를 빼고는 자신에게 돈벌이가 되어야만 ‘직업’이라는 단어를 붙이곤 한다. 특히나 회사를 다니며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을 기다리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이 ‘돈’이라는 게 한 달의 목적, 1년의 목적, 그리고 곧 일생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모여하는 얘기들은 ‘누구는 연봉을 얼마 받는다더라’, ‘누구는 부잣집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더라’, ‘누구는 이번에 집을 샀다던데?’등등 돈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된 이야기들이다. 그런 소식에 감탄과 부러움을 연발하며 우리는 마치 돈이 삶의 목적인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한다. 그럼 정말 대부분 직업인들의 목적이 돈인 걸까?
그런데 이상한 건 여럿이서 모여있을 때는 다들 마치 돈이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개인적으로 따로 얘기를 해보면 이렇게 얘기한다는 것이다. “나는 돈 욕심은 별로 없어. 그냥 적당히 벌고 적당히 아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야.” 말하자면 의식주를 해결하고 약간의 욕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돈만 있다면,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친구들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몇몇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데 왜 다들 그렇게 ‘돈, 돈’ 하는 것일까?
어쩌면 돈을 추구하는 전체적인 사회 시스템 속에서 ‘나 혼자 다른 걸 추구하면 소외되지 않을까?’,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어서 그렇게 다들 돈에 목숨 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그것보다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돈 없이도 잘 살 수 있어요!”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나는 돈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있어요!”라고 외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우리 인생이, 우리 주변의 온도가 조금이나마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어찌 되었든 월급이 들어오면 사야 할 것들, 사고 싶은 것들 리스트는이미 1주 전부터 꽉 차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그 위시리스트를 들여다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는 밤 10시이다. 월급 믿고 미간 주름 잡힐 일 없이 그것들을 살 수 있는 날도 일주일 정도겠지만 그래도 손꼽아 기다려본다. 대망의 D-DAY를, 그리고 D-DAY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그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