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안녕하세요. 이제는 완연한 봄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햇살도 어딘지 모르게 화사해진 것 같고,
불어오는 바람도 어딘지 모르게 더 포근해요.
그리고, 저는 학기 초여서 그런지, 지난 한 주는 설렘과 동시에 고민도 많았습니다.
아니, 지금도 많아요.
그 고민 중 하나는
교과서에 나오는 약간은 식상한 주제 말고,
우리 삶에서 느끼고 겪는 내밀한 감정에 대해 다루는 수업에 대한 것입니다.
영어교실에서 사랑과 상실에 대해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그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매우 흔하디 흔하지만, 굉장히 무게가 있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사랑으로 우리는 어떻게 치유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를 얼마나 더 인간답게 하는지에 대해
영어수업시간에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는 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잃었을 때의 슬픔이라는 감정도 영어시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니, 사실, 이런 내밀한 주제에 대해 다룰 시간을 찾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그림책 중에 삽화와 이야기의 질이 높은 책을 선정하여 학생들과 같이 읽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던 시간을 작년 여름에 가졌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함께 했었는데,
아이들이 놀랍게도 엄청나게 집중력을 보이며, 그림책 속의 삽화와 이야기에 흠뻑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도 성적 스트레스 없는 힐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 놀라운 그림책은 바로 "The Rough Patch (Lies, 2018)"입니다.
2018년 출간된 이 그림책은 2019년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캘더콧 (Caldecott Honor)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책의 줄거리는 어쩌면 매우 간단합니다.
"행복-상실(죽음)-고통-극복-또 다른 행복"의 구조입니다.
하지만, 간단한 구조의 스토리에, 그렇지 못한 깊이 있는 주제와,
모든 장면이 퀄리티 높은 예술 작품인 그림책입니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의 그림책이 어쩌면 그림책을 유치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고등학생을 사로잡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상실의 심연 속에서
이 그림책은 사랑하는 강아지를 갑자기 하늘로 떠나보내고, 그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단순히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했다"가 아닌,
우울감, 고립, 치유의 과정을 섬세한 색채 사용과 시각적인 상징을 사용하여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문장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무게감이 있고,
색과 선으로 표현되는 주인공의 감정 상태는 매우 섬세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그림책을 아주 빤히 바라보곤 했습니다.
또한, 이 상실의 심연 속에서 겪는 주인공의 변화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Evan은 시간이 지나 다시 정원을 가꾸며,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상처가 난 마음을 잘 봉합한 다음,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Evan이 정원을 망치면서 보이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이 보일법한 "어차피 잃을 것은 하나 없으니" 같은 생각들은
어딘지 모르게 우리가 한 번쯤은 겪는 일인 것 같아요.
이렇게 현실적으로 상실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Evan은 다른 귀여운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 그림책은
상실의 심연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 심연을 받아들이고
그 심연 속에서 스스로 어떻게 헤쳐 나올 수 있는 지를 너무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존재의 의미는 결국 사랑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사실 "poignant (가슴 아프게 감동적인)"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그만큼 감정적으로 매우 "자극적"입니다.
이러한 자극적인 그림과 글 덕에 사랑과 상실에 대해, 그리고 극복하는 과정에 대해 우리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아무래도,
사랑의 형태와 깊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그 시간 자체가 흔하지 않고,
평소에는 어느 과목이 몇 등급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러한 책을 수업시간에 다룬다는 것 자체가 매우 귀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아이들도 그렇게 느꼈었기를 살짝 바래봅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우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이 책은, 사랑과 죽음을 인식할 수 있는 초등학생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교실에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오늘도 여러분의 빛나는 성장을 응원합니다!
힘찬 한 주 시작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