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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Oct 02. 2023

나의 시_120

헤드라인만 보고서 황급히 폰을 두드려 껐다

다 이긴 경기를 세레머니를 하다가 황당하게 졌다는

바퀴 달린 신발 타는 남자들의 어이없는 이야기

사십 칠 년을 살아오면서 감으로 안다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에다 일을 더하면 이가 되는 세상을 사랑하는 나는

그런 세상밖에 인정하지 못하는 나는

일에다 일을 더했는데도 그대로 일이 되는 아니 영이 되는

허무의 세상을 급히 닫아버린다

그렇게 하면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되기라도 하는 듯이

그러면서도 내 손은 오후 내내 포털 사이트의 스포츠 코너를 열어보고

눈은 아까의 그 기사를 힐끔거린다

그리고 다시 황급히 창을 닫는다 그걸 반복한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십수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나는

입 밖에 내어 말할 수 있었다

"남자 롤러 세레머니 하다가 역전당했다며"

그제서야 비로소 나는

일 더하기 일이 그대로 일이 되는 아니 영이 되어버리는

그런 세상을 이미 알고 있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그러고 나서도 분명히 오늘 밤에도

그 기사를 찾아보며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며

화면을 꺼버리기를 반복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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