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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Feb 10. 2024

조심 또 조심

일상기록

아무도 관심 없을 것 같지만 퀴즈를 하나 내 볼까 한다. 다음 중 성희롱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

1. "너 오늘 옷차림이 달라졌네. 화장도 바뀌었고. 애인 만나러 가나봐?"

2. "ㅇㅇ씨랑 ㅁㅁ씨 둘 다 애인 없지? 둘이 한번 만나보면 어때?"

3. "요즘 코로나로 '확찐자'가 많다더니 확찐자가 여기 있네!" (상대방의 허리 부분을 손가락으로 찌르며)

4. "너무 말랐다. 이렇게 말라서 어떡해. 너무 여리여리하다. 내가 음식 먹여주고 싶다." (회식 자리에서 상대에게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건네며)

5. "오늘 ㅇㅇ씨 야간 당직인데 천둥 번개쳐서 무서우면 ㅁㅁ 과장님 손 잡고 자"


눈치챈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굳이 답을 말하자면 다섯 가지 모두가 다 성희롱에 해당한다. 물론 성희롱 가해자들은 여기 언급한 한 가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꽤 오랜 기간에 걸쳐 매우 다양한 성희롱적 언행을 해 왔고, 그런 것들이 누적되다 마침내 터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런 정도의 말도 못하느냐, 나는 성희롱의 고의가 없었다, 그냥 친밀감에서 한 말이다 등등.


나이가 좀 드신, 그래서 직장의 예전 문화에 익숙한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백이면 백 다 놀라움을 표한다. 그런 말도 안되느냐, 그런 것까지 성희롱이냐.. 그럼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전부 성희롱이라고. 그러니 직장에서는 상대의 사생활이나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한 상대방과 사이가 원만할 때는 성희롱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낮기는 하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동료 혹은 상사, 부하직원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 아닌가. 상대가 아무 말 않고 웃고 있거나 적당히 받아친다고 해서 성희롱이 안 되는 것은 아니며, 그런 언행이 누적되다가는 어느 순간에 터질 지 모른다. 그러니 논란의 여지가 될 언행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위해 좋은 것이다.


세상이 참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오늘 엄마와 식사하며 이런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그런 것까지 성희롱이냐며 무척 놀라셨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경향은 앞으로 더 강화되면 됐지 약해지진 않을 것이다. 친하니까, 별 생각 없었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가 패가망신 하는 경우를 정말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본다. 내가 이런 업무를 담당하여 사람들에게 미리 조심시킬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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