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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Feb 11. 2024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유

일상기록

요즘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 참 많다. 아이들의 친구들도 대부분 집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우리 애들이 집에서 반려동물(특히 고양이)을 키우자고 조른 지 꽤 오래 되었다. 그러나 나는 우리집 반려동물 중 털 달린 동물은 햄스터 외에는 허락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나도 안다.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나고 유대가 깊어지며 아이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아마 아이들, 특히 큰애의 게임 시간이 좀 줄어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예상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나 강아지를 집에 들이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털이 너무 많이 빠진다. 물론 내가 직접 키워서 그 털을 본 건 아니지만 키우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하나같이 엄청나게 빠지는 털로 인한 고충을 호소한다. 오죽하면 어느 집 고양이가 죽었는데 죽고 난 후 3년이 지나도록 그녀석의 털이 집에서 나오더라고 할까. 나는 내 옷과 호흡기가 동물의 털에 오염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2. 엄마의 가사 부담이 늘어난다. 우리집은 아침에 내가 제일 먼저 출근하고, 그 뒤로 남편, 큰애, 마지막으로 작은애가 나간다. 그러고 나면 엄마는 집에 남아 청소, 빨래, 설거지, 요리, 장보기 등 여러 가지 가사일을 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집에 그리 빨리 오는 것도 아닌데다 애들도 공부한다 숙제한다 등등의 핑계로 부산을 떨게 되면 결국 반려동물을 먹이고 씻기고 배설물 등을 치우는 일은 엄마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나날이 연로해지는 엄마에게 그런 부담까지 지울수는 없는 것이다.


3. 돈이 많이 든다. 일단 반려동물을 들이면 녀석의 사료, 간식, 거처 등에 기본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아프기라도 하면 보험도 되지 않는 적지 않은 치료비가 깨질 것이다. 지금 우리 집은 고등학생 하나, 중학생 하나가 있어 교육비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이 매달 지출되는데 거기에 동물을 키우는 비용까지 더해진다? 이건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오는 일이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세 가지인데,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부터다. 나는 반려동물이 아무리 이쁘다고 해도 그녀석들이 온 집을 활개치고 다니며 사고를 치고 말썽을 피울 때 그래그래 그래도 귀엽구나~ 하며 너그러이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잊을 만하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반려동물 사고 짤'을 볼 때마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한다. 햄스터 키우기를 허락한 이유도, 햄스터는 우리 안에서만 사는 동물이라(물론 가끔 탈출하기도 하지만) 각종 사고를 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고친 고양이와 강아지의 모습. 녀석들 사고치고도 당당하다

사실 여러 가지 사고와 말썽에 대한 나의 노력과 인내심은 아이들이 어릴 때 충분히, 모두 다 사용하였다. 나는 30개월 차이가 나는 아들만 둘이었고, 큰애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가자고 하면 항의하는 의미로 바닥에 주저앉아 모래를 먹던 대단한 아이였다. 작은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큰애의 기저귀를 뗐어야 했지만 작은아이 임신 때 내가 너무 자주 병원에 입원하느라 큰애에게 대소변 가리는 연습을 시켜주지 못했고, 그래서 작은아이가 태어난 후 나는 하루종일 두 녀석의 기저귀를 끝도 없이 갈아주어야 했다.

건명이는 새 크레파스 위에 자동차를 굴려 여러개를 부러뜨린 '죄'로 혼나서 울고, 밍기는 그냥 울었다
티비를 보다가 둘이 갑자기 화면으로 달려가서 티비를 껐는데 그래도 둘은 화면을 만지며 논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던, 두 녀석이 돌아가며 치는 사고를 수습하고 치우고 닦아가며 지내왔던 그 시기가 지나고 위 사진처럼 둘이 '알아서' 잘 놀게 되기까지는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고만고만한 나이의 아들 둘을 등짝 한 번 때리지 않고 키우기까지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는 굳이 쓰지 않겠다. 아무튼 나는 두 녀석을 키우면서 내가 가진 인내심을 모두 다 썼고, 이 나이가 되어서 다시 사람 아이도 아닌 '동물 아이'를 키우고 뒤치다꺼리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이미 오래 전에 충분히 다 했다. 충분히. 게다가 사람 아이는 자라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발전이 있지만 동물은 시간이 지난다고 스스로 밥을 차려 먹거나 몸을 씻을 수 있는게 아니지 않는가.


내가 반려동물을 들이지 않는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하니 큰애가 그러면 나중에 자기가 독립하고 나서 고양이를 키워보겠다고 한다. 나는 그러라고, 그때가 되면 내가 고양이 보러 수시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과연 큰애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을 할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어떤 고양이 녀석이 큰애의 친구가 되어줄까.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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