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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ul 19. 2018

퇴근 후, 좋아하는 일로 딴짓하기: <1> 인디캐스트

인디음악을 좋아해서 만든 페이지, 인디캐스트 

나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세상 수만가지 일들에 관심이 많은 탓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다. 

때로는 하고 싶은것들이 지나치게 많고, 다 잘해보고 싶은 생각에 확 불타올랐다가 끝마무리를 짓지 못했던 경험들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는 이 딴짓들이 대단한 결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진 적도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딴짓을 하는데 뭐 하나 대단한 결과물을 낸 것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내 딴짓의 결과를 공유하는 것이 살짝 민망하기도 했다. 

요즘 들어 바뀐 생각은, 대단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그 순간 그 일을 함으로써 즐거움을 얻었거나, 같은 패턴의 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경험을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딴짓의 결과물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 대신 내가 했던 딴짓들에 대해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했던 쉴틈없는 딴짓들 중, 가장 열심히 한 것중 하나는 인디음악 페이지를 운영하는 일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공유해본 첫 기억: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홍대, 상상마당 

중학교 때부터 인디/락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학생 때에는 금전적인 이슈도 있었지만 공연을 즐기는 법도 잘 몰랐기에 혼자 음악을 듣는 정도로만 좋아했고, 누군가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경험도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누고 싶어도 나눌 수 있는 주변사람이나 공간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학교 4학년 어느날, 취업준비를 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달빛역전만루홈런의 공연에 간적이 있다. 

공연을 보고싶지만 주변에 함께 갈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평소같으면 공연 보는걸 포기했겠지만, 낯가림 많은 내가 어떻게 갑자기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난생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당시 학생인 나와 달빛역전만루홈런을 정말 좋아한다는 직장인 언니 2명. 

재밌게 공연을 보고 나서 맥주도 먹고 공연 얘기도 하는데, 살면서 뭔가를 좋다 싫다 표현을 잘 해본적도 없었던 내가 난생 처음 해본 일이라 너무 즐거웠다. 


2010년 전투형 달빛요정-Prototype A 공연 

토익시험 보기 전날, 돈없는 취준생에게 민트페이퍼의 life 앨범 발매공연을 함께 보러가자고 티켓선물을 해주고, 토익시험 잘 보라고 응원도 해주었던 언니의 기억, 그 날 들었던 음악들과 장면들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타임스퀘어 옥상, 공연장에서 네네치킨 시킨 달빛역전만루홈런, 엄청 잘생겼던 데이브레이크(그 치킨은 언니의 손으로),  10CM의 스타킹.

그리고 그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와 같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걸 알게 되었고,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순간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0년 5월, AURA 7th : 일상 속의 음악 이야기 ‘LIFE’


안타깝게도 달빛역전만루홈런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다시 언니를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8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던 그 분에게 고맙고 어디선가 또 좋은 음악을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디음악을 좋아해서 만든 페이지, 인디캐스트

직장을 다니면서부터는 공연을 꽤 많이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공연을 보는 순간이 너무 즐겁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2013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고, 인디캐스트라는 페이지도 만들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남는 시간들에 하다보니, 매일매일 계획성 있게 관리할 수 없었지만 종종 내가 좋았던 공연의 순간들이나 음악에 대해 꾸준히 공유를 하다보니, 그것에 같이 공감을 해주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겼고 이 페이지를 통해 나에게 생각치 못했던 새로운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내가 일을 하면서는 전혀 만나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해 볼 기회도 생기고,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친구도 생겼으며, 때로는 소소하게 제휴를 해서 이벤트를 하면서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덩달아 신나기도 했다.


다시 시작하는 딴짓 

내가 이렇게 재밌어서 했던 것이 회사일에 치이다 보니, 어느순간 뒷전으로 밀리게 된 시점이 있다.

회사일 때문에 거의 잠자는 시간 외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던 시기, 오직 퇴근 후 바닥에 등이 닿는 순간만이 유일하게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마저도 온전히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하루가 어떻게든 끝난 것에 대한 안도감과 동시에 내일 아침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에게 소소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딴짓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렇게 인디캐스트를 처음처럼 관리하지 못한지가 꽤 되긴 했지만 글을 쓰면서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그때의 기억에 대해 다시 상기해보니 그 당지 난 진심으로 재밌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오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글을 쓰면서 더욱 확실해지는 생각은 직장생활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내가 좋아했던 것까지 너무 잊고 살았던 것이 아닌지.. 

오늘을 계기로 내가 좋아하는 딴짓을 앞으로 계속 재밌게 해볼 것이다!


인디캐스트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indiecast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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