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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ug 07. 2018

지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것.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런 것들이 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생기고 때로는 마음도 삐뚤어진, 그야말로 매일매일 지는 일상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기는 순간은 정말 일부에 불과하고, 좌절하거나 또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듯이 속사포로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임을 알지만, 그래도 이왕 사는 것 좀 더 잘 살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자꾸 꾸깃꾸깃해져가는 듯한 느낌에 요즘 썩 신이 나지 않았다.


투덜이처럼 하루를 보내고 나서, 짧은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요즘 무엇이 가장 좋았었는지 떠올려본다.

얼마전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우리동네에 와서, 내가 20대에 가장 좋아하던 (평소 근처에 친구들이 없어 갈 수 없었던!) 포장마차에 가서 떡볶이와 주먹밥과 군만두와... 오돌뼈와 계란말이 골뱅이: 와 같은 먹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시켜먹고 시원한 맥주도 많이 마셨다.  


이런 귀여운 것들도 집 방문 기념(?)으로 선물하고 기분이 좋아서 오늘 포장마차가서 먹을거 엄청 많이 시켰다고 다른사람들에게 자랑도 했다. 연락을 기다렸던 친구가 먼저 연락하고 와줘서 좋았고, 혹시 안오진 안을까 생각했던 프로 불참러 친구도 와줘서 기뻤다. 


그리고 턱이 아파도 신나게 먹어댔던 오징어, 더운날 땀흘리며 먹은 라멘트럭, 아주 예뻤던 꽃들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혹시 먹는건가..) 모든게 재미없고 좌절스럽다고 생각하는 시간들 구석구석에도  그래도 아 좀 괜찮다 싶은 것들이 아직은 있어서 다행이다. 


꽃길만 걸을 때는 인생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라다. 
아니, 만끽한다는 실감조차 할 겨를이 없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불행하다고 느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인생에 대해, 불행에 대해, 또는 도무지 잡히지 않는 행복에 대해 여러 번 곱씹고 떠올리게 된다. 
무엇인가를 자주 생각하고 떠올릴 때는 그것과 한참 멀리 있을 떄다.

내가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일지 자꾸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도무지 답을 구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 역시 그런 것 아닌가. 
설명하기 어렵고, 납득하기 힘들고, 그래서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것. 
그것 때문에 때때로 인생은 힘들어지지만 그것 때문에 우리는 지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랑이나 우정같은 것, 정이나 진심 같은 것, 우리가 넘어졌을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것들이 그런것처럼.

- 보노보노 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소중한 것은 졌을 때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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