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잠 Apr 01. 2019

온전한 나로 살지 못하는 아이: 영화 <박화영>

그저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이 영화를 유튜브 영화 리뷰를 통해 뒤늦게 접했다. 개봉 초기에는 독립영화라 홍보 및 상영관이 적은 탓에 많이 알려지지 못했지만 유튜버 고몽님의 영상이 조회수 800만이 넘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가출소녀들의 비참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박화영 [고독해1]

https://www.youtube.com/watch?v=-n3gYSIPVi8


영화의 주인공인 박화영은 또래 친구들에게 '엄마'로 불린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뻔 봤냐?" 를 외치며 또래의 잘나가는 양아치 무리들과 어울려 지내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에게 친구로 인정받지 못하는, '호구'취급을 받는 아이이다. 자신의 자취방을 친구들에게 내주면서도 살림을 도맡아하고,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친구들을 수습하며 이용 당하는 모습이 반복될 뿐이다. 


엄마와 선생님, 경찰과 같은 어른들에게는 앞에서 욕을 하고 대드는 강한 캐릭터이지만, 같은 무리의 우두머리 영재 앞에서는 학대 수준의 폭력을 당하면서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화영이 가장 각별하게 생각하는 미정에게 하는 행동은 답답할 정도로 비정상적이다. 

미정이 겉으로만 친한 척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정이 좋아하는 모습만 보면 자신이 대신 폭력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도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는 화영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이러한 박화영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낮은 자존감에 기인한다.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으며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고 자란 아이는, 본인을 스스로 그 무리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러지길 바라며 자신의 존재와 행동을 합리화시킨다.



영화는 10대 불량 청소년들의 거친 일상들을 리얼리즘에 가깝게 표현한다. 다소 자극적인 묘사들이 많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장면들이 상당히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보다  불편한 것은 이 안에서 그려진 박화영의 감정선이었다. 


하나의 존재로 인정 받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본인의 행복보다는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떄로는 영화속의 박화영처럼 과장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존재를 인정받는 순간에는 마치 어딘가에 중독된 듯이 기쁘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코 본인의 행복과 직결되지 않을 뿐더러 어느 순간에는 꿈처럼 허탈한 감정이 되기도 하니 너무나도 슬픈일이 아닌가. 그리고 나는 지금 온전한 나로써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내일도 고요한 밤을 위해,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