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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ug 11. 2021

대인배가 되기 어렵다면, 그냥 솔직해지자.

내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

최근 몇 주간 몸이 좋지 않아 정신이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생긴 PMS 증후군의 증상이 극에 달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장 피크에 달하는 날이 오면 마치 이중자아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평소 고통받던 목 통증도 심해지고, 귀에 염증까지 생기더니 얼마 전엔 배가 쑤셔서 하루하루가 고생스러웠다.

몸이 신호를 준 덕분에 한약도 먹고, 침도 자주 맞으러 가고 음식도 조심하니 짧은 기간 안에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생각을 해보게 됐다. 


분명 예전보다 스트레스받는 빈도도 낮고, 많이 여유로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던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괴로움의 원천은 솔직하지 못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나 스스로가 예전에 비해 나에 대해 꽤 솔직해졌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내가 잘 모르는 것을 잘 모른다고 말을 하지 못하거나,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예를 들면 내향성)에 대해 남들이 나를 낮춰 볼까 숨기려 했던 날이 많았다. 그럴수록 내 모습이나 행동은 꽤 부자연스러웠다.  

이런 부분들을 조금씩 솔직하게 드러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전보다 꽤 자연스러운 사람이 돼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내향성도 더 이상은 단점이 아니었다. 몸 쓰는 일을 못하는 것도 이젠 사람들 사이에서 개그 소재가 었을 뿐, 이젠 더 이상 창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더 솔직해져야겠다고 느꼈던 건, 내가 여전히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바람이 크다는 것이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보니, 조금 더 쿨 해 보이고 싶고 대인배 같은 면모를 보이고 싶었다. (=바다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 이를 위해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기분이 나쁘지만 쿨한 척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어김없이 스스로에게 부작용이 나타난다. 기분이 좋지 않은데 표현을 못해버렸으니, 하루 종일 그 생각에 머무른다던가, 내가 대응한 방식에 대해 자책을 하는 등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후회와 자책을 반복한 끝에, 내가 더 잘 살기 위해 내린 결론은 대인배가 되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쿨하지 않을 때도 있음을 인정한다. 나의 생각과 행동 자체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과 같이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완벽하지 않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바깥에 드러내는 것들도 지나치게 주저하지 말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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