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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26. 2022

우리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완벽하지 않다.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의 문장

요즘 예전에 했던 밑미 영어 한문장 리추얼을 다시 읽어보면서 브런치에 글을 다듬어 정리하고 있다. 오늘도 누군가 부럽다는 이야기를 수십번 하고 퇴근했는데, 리추얼 기록을 다시 읽어보면서 관련된 문장이 있어 적어보았다.


We are not perfect for someone.

우리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완벽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허술하고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날이면 괴로움에 잠을 설쳤다. 회의에서 말을 버벅댔을 때, 유독 그 어떤날보다 못생긴 모습으로 누군가의 앞에 섰을때, 누군가에게 내 단점에 대한 지적을 당했을 때, 셀 수도 없이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항상 나와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다. 어딜가나 분위기를 주도하고 높은 텐션을 가진 사, 머리가 매우 좋으면서 예술적 재능 또는 다양한 지식과 언변까지 보유한 사람, 많은 사람의 선망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오늘 읽은 <보통의 언어들> 책을 쓴 김이나 작사가도 나에겐 그런 대상이다.

그녀는 유명한 작사가답게 유창한 말솜씨와 감정을 표현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내가 바라는 멋진 어른의 모습의 이상향에 가깝다. 고민을 말하고 싶은 진중한 어른, 자신의 일에서 보여지는 프로페셔널함, 말하는 모습에 빠져들게 함과 동시에 거기서 느껴지는 매력까지.


이런 사람들은 나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다. 동시에 나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자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도무지 원하는 만큼 멋져지지 않는 내 모습에 갑갑함을 느꼈다.



어디에나 맞는 만능 퍼즐조각이 없듯, 이렇게 각자의 모양으로 존재하는 우리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완벽하지 않다. 이 당연한 사실을, 쌓여만 가는 사회성 때문에 종종 잊곤 한다. 사람도 그렇다. 나는 내 모습을 절대로 마주할 수 없다.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 모습만 보이게 되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허술하고 실수투성이의 모습만 꺼내게 되는 상대가 있다.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은, 이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다. 나는 어차피 누구에게도 완벽하거나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부족한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주는 사람에게 혹여 ‘이런 사람이 그래도 나를 발전시켜주겠지’라는 마음에 매여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만 발견되는 나의 고유한 아름다움, 훌륭함이란 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런 좋은 모습을 볼수록, 나 역시도 스스로를 그렇게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런 관계에서는 마르지 않는 시너지가 샘솟는다. 지나친 미화에만 길들여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당신 곁의 수많은 거울들을 떠올려보라. 어떤 거울 앞에서 나는 가장 괜찮은 사람이었는가?

- <보통의 언어들> 중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만 발견되는 나만의 고유한 아름다움, 훌륭함이 무엇인진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

그래도 나에게 가끔씩 칭찬의 말을 한마디씩 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면, 그 말을 잊지 않고 고마워 하며 기억해보려고 한다.


+ 리추얼 메이커님께서 이 글에 남겨주신 좋은 말도 용기가 되었다.

타인에게 비추어지는 나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완벽해지고 싶은 내가 아니라 진심으로 웃고 우는 가장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하고 있지요. 어찌보면 영어도 비슷한 것 같아요. 원어민 친구들 앞에서 나의 영어가 어떻게 보일까, 혹시나 내 발음, 단어 선택이 웃기게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앞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감정 상태를 그대로 전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죠. 한국 사람인 내가 완벽한 영어 보다는 가장 나다운 모습을 영어 + 뉘앙스 + 표정 + 제스처 등을 섞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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