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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Oct 17. 2022

내향적인 나는 어쩌다 PM이 되었을까

나에게 힘을 더 실어주자 

게임 회사에서의 서비스기획을 시작으로 PM으로 일한지 12년차가 되었습니다. 

10년차 기획자가 되면 엄청난 고수가 되어 기획이라면 눈감고도 할 수 있을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상상했었는데, 여전히 지금도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갈수록 나에 대해 요구하는 사회의 역량의 수치는 높아져 가고, 그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생각과 탐험을 놓아버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전부터 기획과 PM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일하는 방법에 대해 좋은 글들이 많이 있어서, 저는 PM을 하면서 느낀 솔직한 기쁨과 슬픔에 대한 생각들에 대해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쓰는 글들을 통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고통들은 반이 되고, 기쁨은 두 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어쩌다 PM이 되었나

저는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의 루트를 걸어왔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취업을 위해 이런 저런 스펙을 쌓고, 4학년 2학기가 되면 여러 대기업들의 공채에 이력서를 수백장 넣어 합격하면 성공하는 루트였습니다.  

컴퓨터를 좋아해서 IT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긴 했으나 전공이 아니어서 막연했고, 경제학과 주변 선배들이 많이 입사한 경상계열(증권사,물류,유통..)의 부서에 무지성으로 지원했습니다. 

하다보니 서류에서 줄줄이 탈락하고 희박한 확률로 제 이력서를 읽어준 게임회사의 공채의 서비스기획자로 4학년 2학기가 끝나갈때 즈음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나고 보니 제 인생에서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 그 회사는 게임의 성과가 좋아 분위기가 매우 좋은 상태였습니다. 무엇보다 '나중에 저 사람처럼 되고싶다.' 라고 느낄만큼 일 잘하는 분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서비스기획이라는 업무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좋은 사수를 만나 차근차근 해 나가다보니 이 일이 적성에도 잘 맞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디어를 디테일하게 구체화해서, 사용자들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결과물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때로는 PM으로써의 업무가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인가? 고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여러가지 이슈로 내가 원하는 기획을 100% 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이런 이유로 리뷰 회의에서 한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약한 저는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오랜 시간 거치다보니 이제는 이것을 조율해나가고 최적의 안을 찾아내는 것 또한 하나의 쾌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소리 하는 동료에게 농담섞인 하소연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는 약간의 능청스러움도 생겼습니다. 


내 성격이 계획적으로 무언가를 실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에 성취감을 느끼는 성격이라면 높은 확률로 PM이 적성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격이 내향적이건 외향적이건 상관 없습니다. 나만의 스타일을 가진 PM이 되면 됩니다. 

조직에서의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조직에 있는 동안은 일 잘하는 PM, 조직 밖에 나가는 시기가 온다면 반드시 이 때 쌓은 경험들을 활용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서비스기획자에서 PM으로

제가 기획을 처음 시작할 때는 ‘서비스기획자’라는 직무가 많이 생겨나고 있을 시기였습니다. 당시 기획자의 업무는 상위기획이 정리되고 그 요구사항들을 구체화해서 개발, 디자이너들이 구현할 수 있도록 UI를 정리하고 스토리보드를 그려주는 역할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서비스기획의 역할이 애매한 케이스들도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그 업무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면서 기획자 무용론, 잡부라는 이야기도 이슈로 거론되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외국에는 서비스기획자라는 직무가 없다고 하니까요. 


최근에는 위 역할을 일부 포괄하는 ‘PM’으로써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PM은 용어 그대로 프로덕트를 관리하는 사람이기에, 서비스기획보다 넓은 범위의 역량을 포괄하고 있어야 합니다. 프로덕트에 대한 사업적, 기획적, 일부 개발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프로젝트가 효율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스킬 또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서비스기획에서 제가 좀 더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려다보니, 사업PM을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 커리어를 변경하여 사업기획자로써의 경험을 했습니다. 

프로덕트를 선정하는 스케치 단계부터 개발 - 런칭 - 개선 사이클까지 전체 사이클을 경험하니 비로소 PM으로써 한 단계 나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획만 할 때는 보지 못했던 데이터도 접할 기회가 생겼고, 나중에는 이 기회를 활용해서 커머스에서 UX와 관련된 데이터 설계와 분석, BI 제작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PM을 할 수 있을까?

저는 내향성이 강하고 남들이 보기에 순해 보이기도 하며 평소 걱정과 생각도 많은 성격입니다. 언제나 수많은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PM의 업무상 이런 성격이 힘들게 느껴지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섬세한 부분이 있고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높습니다. 간혹 내향적 이거나 강하지 않은 성격은 사회에서 고쳐야 할 성격으로 받아 들여지기도 하지만, 이것은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내 성향이 가진 장점을 활용한 스타일을 찾는 일입니다. 

저는 동료들이 말을 꺼내기에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고, 편안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할 때 동료들이 어렵지 않게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이슈를 논의 할 수 있습니다. 

걱정과 생각이 많은 것은 스스로를 괴롭힐 수 있지만 끊임 없이 스스로를 관리하고 컨트롤하는 연습을 하면 섬세하다는 장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데일리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에 나온 말처럼 평생을 하려면 어려운 일도 하루 12시간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 눈에 보이는 선명한 것들을 하다 보면 분명히 나의 장점이 극대화 되는 시점이 눈에 보입니다. 


그러니 PM을 꿈꾸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또는 PM을 하고 있지만 이런 이유로 고민하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종종 흔들리는 저에게도 하는 말입니다. 그 동안 열심히 해 온 나에게 조금만 더 힘을 실어주었으면 합니다. 


내일 하루도 즐겁게 일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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