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 중의 티끌일 뿐
나는 햇수로 11년 차의 직장생활 동안 5번의 이직을 했다.
익숙한 곳에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성격이기에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 회사에 오래 다니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다니다 보니 새로운 일들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고, 업종/직무 변경, 스타트업 등 여러 종류의 변화를 겪으며 짧은 기간 동안 꽤 많은 이직을 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짧은 경력은 일반적으로는 커리어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이력서에 쓰인 내 경력만 보았을 때는 오해나 편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신중하게 결정을 했고, 열심히 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지만 이직을 많이 했다는 사실은 이따금씩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었다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을 것들, 여전히 알지 못했을 것들이 더 많다.ㅔ모든 과정들이 100% 옳은 길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이런 경험들을 숨겨야 할 콤플렉스로 삼기보다는 솔직하게 그간 내가 고민하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사는 어떤 측면에서는 다 똑같다.
어떤 회사를 다녀도 100% 내 상식대로 합리적인 곳은 없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함께 하는 상사&동료였던 적도 있었고, 열악한 인프라&처우인 경우도 있었다. 단지 종류가 다를 뿐 어느 곳에나 어려움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나만의 기준은 꼭 필요하다.
함께 하고 싶은 동료가 있는가? 나에게 성장의 여지를 주는 회사인가? 다 상관 없고 금전적인 보상이 큰 회사인가? 누가 들어도 어깨 으쓱할만한 네임밸류를 가진 회사인가? 등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회사는 다 똑같으니까 참고 무조건 버텨야만 하는 곳은 아니다. 대신 이렇게 내가 회사를 다니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세워두면, 일정 부분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부분이 존재해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력서에 쓰인 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나의 경력 중에는 6개월가량 짧게 다닌 회사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콤플렉스가 될 수 있지만 기간보다 중요한 건 내가 그 순간들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보냈느냐라고 생각한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나면 함께한 사람들은 내가 이곳에 얼마나 있었는가를 기억하기보다는 그 시간 동안 내가 어떻게 일했는가,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기억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시대는 꽤 많이 달라졌다.
경력 면접을 보면서 느낀 것은 꽤 많은 분들이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았음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의기소침함도 있었지만, 그 결정을 하면서 했던 나의 생각과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겪었던 시행착오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잘 이야기했을 때 대부분의 분들이 수긍을 해주셨다. 물론 이런 나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곳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넓고 우린 열심히 살았으니까 그동안의 내 선택과 고생해온 시간들을 너무 부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긴 여행 중의 티끌일 뿐
내가 밤새 잠 못 이루고 고민해서 결정해서 떠난 길이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긴 여행 중의 티끌 같은 순간일 뿐. 직장에서의 퇴사가 인생에서의 퇴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좀 더 잘해보려고 했던 고민의 시간들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하며 살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시작하는 여행자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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