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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un 26. 2018

회사를 뛰쳐나온 경험쟁이

굳이 돌아가는 인생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게 퇴사라는 단어가 그렇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퇴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경험담이나 콘텐츠도 많이 생겨날 뿐만 아니라, 퇴사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매일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는 때로는 언젠간 나도 해보고 싶은 용기 있고 멋있는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퇴사를 하고 1 기업이 되어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해서 이어나가시는 분들을 보면 나도 언젠간  저분들처럼 되고 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한다.

짧았지만 잠시 회사를 다니지 않던 기간에 시도해봤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쉬운 일이 아니다.  정도까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 동안의 꾸준함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없다면 회사 밖의 삶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아무것도 없는 결과를 초래할  있다.  같은 경우에는 잠시 동안의 휴식기를 가지기 위해 그만두긴 했지만, 내심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만큼 앞서 말한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기에  시간에 시도했던 일들의 대부분은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터벅터벅 느릿느릿 황소를 타고 왔다네
푸른 초원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네
장기하 - 아무것도 없잖어


회사라는 날개는 생각보다 컸다.

"저는 며칠 전까지 OO에 다니다가 지금은 퇴사한 OOO입니다...."

퇴사 후 처음 나간 모임에서, 안절부절 나를 소개한 멘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평소게임회사에 다니는.. OO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등의 내가 속해있는 소속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소개하게 되었던  같다.  고민 없이 내가 하는 일과 소속을 소개하고, 어느 정도 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인지도가 있는 회사에 다닌 경우에는 훨씬 편하게 나를 소개할  있었다.


소개를 하고 나서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았던 것은, 회사 밖의 나에 대해 온전히 소개를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회사라는 안정감 있는 테두리가 그동안은 외부에서도 나를 알게 모르게 보호해주고 있었다면, 나는  울타리를 벗어나 온전히 모든 것을 혼자 해나가야 하는 소속 없는 개인이  것이다.



서비스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작업을 해줄 디자이너, 개발자들을 직접 찾아 나서야 했고 금전적인 문제가 항상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함께 해나갈 멤버를 섭외하기 위해 설득하는 일은 보통 회사에서 기능 구현을 위해 개발자를 설득해야 하는 일보다는 100배는 어려운 일이었다.


방향이 명확하지 않으니 타인에게 휘둘렸다.

나는 본격적으로 1 기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것은 아니었기에,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중구난방으로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그들의 제안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이런저런 핫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너의 도움이 필요해! 함께 해보지 않을래?"

 어떤 조건 협의도 없이 시작하게  일들은 결국 나중에  발목을 잡았다. 공동 멤버고 나중에 수익이 발생하면 분배한다 정도의 조건일 , 그만큼 많은 일과 책임을 요구하는데 반해 제대로  팀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이었다. 따라서 실제로 제대로  결과물을 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회사에 다닐 때보다도 훨씬 철저한 준비와 나만의 전문성,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경쟁력을 가지고 꾸준히 오래갈  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일단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해볼까?

회사를 다니면서 부지런히 시간을 활용하지 않으면 회사  이외의 것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가용할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내가 꿈꾸던 모든 것들이 가능할까?

실제로 해보니 시간은 휘리릭 가는데, 그 하루를 온전히 효율적으로 보내는 게 쉽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처럼 생계를 위한 수입도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수입이 빨리 발생하지 않으면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무슨 일을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은 자투리 시간들을 활용해서 느릿하지만 꾸준하게 했던 일이었고, 모든 게 회사를 다니면서 퇴근 후 시간이나, 주말 시간을 활용했을 때였다.


얼마 전에 대도서관 유튜브를 보다가 인상 깊었던 영상이 하나 있다.

배수의 진을 쳐야만 뭔가 되겠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느 정도 안정권으로 진입할 때까지는 회사와 겸업한다는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내가 유튜버를 한다면 주말을 활용해서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 가서 전향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개인방송을 한다고 회사를 그만둔다고요
하지 마세요! 진짜 후회합니다!


지금은 느리지만 꾸준히 나를 위한 활동들을 해보려고 하고 있다. 성격 때문에 여전히 강약 조절을 못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종종 옆에서 인지시켜주는 덕분에 요새는 의식적으로라도 밸런스를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록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끔은 우연히 동시에 회사 밖으로 나온 친구와 평일 대낮에 만나 홍대에서 쌀국수를 먹으면서 허황된 꿈을 꾸던 그 날이 행복하긴 했다.

언젠간 현실이 되길 바라며, 아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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