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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Jun 02. 2021

국수는 아이들도 웃게 한다.

라면만큼 쉬운 간단 국수 레시피

“엄마! 라면 먹어도 돼?”

온라인 수업을 하니 라면 소비가 확실히 늘었다.

라면을 좋아하지만 아이들에게 라면을 자주 주는 것은 엄마로서 참 마음 불편한 일이다.

만들기는 간소하지만 담긴 맛이 넘친다. 일단 짠맛이 넘친다. 유탕면이 마음에 걸려 건면을 사기도 하지만 짠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수프를 줄이면 맛이 없다 하니 라면은 자극적인 맛으로 즐기는 음식인 것이다.


라면을 찾는 첫 번째 이유는 밥이 아닌 면이 당기기 때문이다. 삼시세끼 밥은 지루하다. 그래서 요즘 우리 집은 자극적인 라면 대신 국수로 대체하고 있다.

두 번째로 라면에 손이 가는 이유는 조리의 간편함 때문인데 그래서 최대한 간단한 국수 레시피를 구현 중이다.


만능 김치 고명 

일단 김치 한 포기를 쫑쫑 썰어 김치통에 담아두면 거의 끝난 레시피다.



멸치국수 

멸치, 다시마 육수에 국간장, 멸치액젓으로 간하고 계란 풀어 넣고 파 송송(+채 썬 양파, 자투리 채소가 있다면 넣어주지만 넣지 않아도 무방)

지단 붙이는 수고 없이 몽글몽글 부드러운 계란 맛이 일품이다. 칼로리도 줄어든다.

미리 육수를 만들어 한통 넣어두면 훨씬 빨라진다.
소면보다 식감이 좋은 중면을 쫄깃하게 삶아내고 찬물에 샤워시켜 빠르게 토렴해 담아낸다.

물에 넣어먹는 국수는 너무 퍼지지 않게 삶아내는 것이 맛의 핵심이다.
쫑쫑썰어둔 김장김치를 덜어 참기름과 올리고당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고명으로 올려주면 우리 집 아이들이 라면 보다 더 맛있다고 평가해주는 김치 고명 멸치국수가 완성된다.
어릴 때도 이리해주면 매운 김치를 잘 먹었었는데 지금도 달달한 김치를 좋아하는 우리 집 청소년들이다.

볶은 김치가 아니라 유산균이 살아있다.



비빔국수

비빔면 대신 김치비빔국수

중면 쫄깃하게 삶아 쫑쫑 썰어둔 김치, 초고추장, 설탕, 참기름, 식초 넣어 비비면 비빔면 부럽지 않은 맛이다.


비빔면의 양념은 수프 맛이 나지만 김치를 넣은 비빔국수는 김치의 양념과 어우러져 훨씬 자연적인 깊은  맛을 낸다. 여기에 삶은 계란까지 올려주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맛이다. 비빔면보다 열 배쯤 맛있다.


생전에 법정스님이 가장 즐겨 드신 음식이 국수라고 한다. 언젠가 여행 중에 낙산사에 들러 사찰 국수를 먹은 적이 있다. 멸치육수도 아닌 채수를 우린 심심한 국물에 소면  덩이

계절은 초여름이었던듯하다. 아주 오래전인데  국수가 이따금 생각이 난다. 세상 자극적인 맛들 가운데 혼자 고고한 맛을 숨겨두고 먹는 이에게 맛을  찾아보라는 말하는 듯한 심심한 국수  그릇 

스님들은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부른다. 스님을 미소 짓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법정스님의 국수는 버섯과 다시마를 우려낸 물에 오로지 간장만으로 맛을 내어 간장 국수라고 불렸다고 한다. 고집스러울 만큼 소박한 삶을 살았던 법정 스님의 삶과 국수 맛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국수를 먹으며 먹을수록 맛있다는 아이들은 그 소박한 맛을 알아가는 중인 듯하다. 국수는 아이들도 웃게 한다.

라면 수납장에 라면을 당분간 채우지 않을 계획이다.

무엇이든 비우면 비로써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a.m_11_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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