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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전 열한시 Nov 11. 2020

11월, 반짝이지 않는 크리스마스 준비하기

어느새 11월이다.

11월은 연말 분위기가 서서히 시작되는 달이다.

쇼핑몰에 크리스마스트리가 하나, 둘 보이고 따뜻한 불빛들이 좋아진다. 인테리어 소품 매장마다 화려한 오너먼트들이 손길을 기다리며 반짝인다.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좋아하지만 겨울에는 약간의 아늑함이 필요하다. 러그를 깔고 작은 전기난로를 꺼내고 무릎담요도 꺼낸다. 그리고 간단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본다. 하지만 트리는 없다.


나뭇가지와 색종이로 만든 방문 앞 루돌프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에 관한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영국에선 올해부터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제품을 구매하기 힘들어질 전망이라고 한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대형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과 웨이트로즈 등이 자체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카드, 포장지, 선물 가방, 꽃장식 등 크리스마스 상품에서 글리터(반짝이)를 완전히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영국 유통가에서 반짝이를 없애겠다고 한 이유는 바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크리스마스 관련 상품들은 대부분 화려하게 반짝인다. 이 반짝이는 보통 5mm 이하로 일종의 '미세 플라스틱'이다.
반짝이 또한 다른 미세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반짝이는 오너먼트에서 떨어진 반짝이들

오래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할 때 아이들 손에 묻어나는 반짝이를 보고는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 후 나는 반짝이는 모든 물건을 구입하지 않았다. 반짝이 물감조차 사주지 않았다.

환경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던 시절이었지만 허술한 마감에 거부감이 강하게 들었다. 트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공 잎사귀는 쉽게 떨어져 바닥을 어지럽혔다. 결국 그런 이유들로 트리는 우리 집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흔히 사용하는 반짝이 실로 뜬 수세미, 펄이 들어간 화장품 역시 미세 플라스틱이다.

펄이 들어간 화장을 지울 때에는 물에 흘려버리는 것보다 닦아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환경을 위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한다.

세계 자연 기금(WWF)에 따르면 연간 800만 t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흘려보낸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의 성장을 저하하고  결국 먹이사슬을 거쳐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무서운 것은 이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먹는 농작물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중국과학원(CAS)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뿌리의 새 잔뿌리가 나오는 틈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식물에 흡수되어 농작물의 줄기나 잎으로도 옮겨간다는 것이다.

이는 플라스틱 입자가 커서 정상적인 식물 조직의 장벽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동안의 가정을 뒤집은 것이다. [환경저널 Nature Sustainability]


플라스틱은 점점 작게 더 작게 쪼개져 어디로든 계속 이동한다. 우리는 이것으로부터 결코 안전할 수도 자유로울 수도 없다.

지난 2019년 세계 자연 기금(WWF)이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평균적으로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으며 한 달 내내 축적된 양은 칫솔 1개 정도의 양인 21g이라고 한다.

환경파괴는 먼 미래에 사는 다음 세대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오늘 우리의 밥상에,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인 것이다.

다행히 우리도 지난해 환경부가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인 마이크로비즈를 2021년 1월 1일부터 제조·수입하는 세정제품, 세탁 제품에 대해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 비드(영어: microbead) 또는 주로 복수형인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는 최대 직경이 5mm 이하인 고체 가공 플라스틱 입자이다. 주로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지나,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스타이렌과 같은 석유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각질제, 치약 그리고 생명의학이나 보건의학 연구에 주로 사용된다. [위키백과]


개인이 아닌 정책과 기업이 변해야 가능한 일들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우리의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다.

변화는 많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흐름이다.


반짝이는 장식이 사라진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어느 때보다 빛날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가지치기한 날 주워온 나뭇가지와 반짝이지 않는 오너먼트, 솔방울로 간단하게 꾸민 크리스마스 가랜드가 트리를 대신한다.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 좋다.

작년과 변함없는 우리집 크리스마스 가랜드

새로운 장식을 더하지 않았지만 올해도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젠 반짝이지 않는 크리스마스가 진정 더 빛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a.m_11_00

인스타그램에 매일의 살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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