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 회사를 9년이나 다녔을까(2/3)

오랫동안 준비해 온 굿바이 프로젝트

by Nini

"그 회사 아직도 다녀?"

"이러다 10년 채우는 거 아냐?"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런 악담(?) 하지 마~" 하고 넘기곤 했다.

근데 어느덧 9년이었다.

하루 이틀 버티다 보니 시간이 휙 지나 있었고, 그 안엔 그냥 ‘버팀’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내가 9년 동안 그 회사에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회사의 ‘성장’과 함께 나도 계속 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그재그는 매년 성장했다.

성장했기 때문에 해가 지날 때마다 구성원들이 2배씩 늘었고 거래액 규모가 점진적으로 성장해 1조를 넘기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카카오 공동체에 소속되기 도 했고

서비스가 매년 커지면서 마케팅 업무도 점점 다양해졌다.


- 유입이 중요한 시기엔 퍼포먼스 마케팅,

- 전환이 핵심이던 시기엔 커머스 마케팅,

- 이후엔 서비스 전체 퍼널을 바라보는 온사이트 프로모션까지.


업무 자체가 변하니까, 회사에 계속 있으면서도 '이직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나도 사실 중간중간 나갈 타이밍을 봤다. 이력서도 써보고, 면접도 보고. 근데 신기하게도 꼭 그 타이밍마다 회사는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줬다.

리더를 해보라거나, 새로운 역할을 맡겨준다거나. 또 새롭게 합류한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팀 분위기도 확 달라지니까, 어딘가로 훌쩍 옮기지 않아도 충분히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내가 계속 똑같은 업무만 반복했다면? 아마 3년도 못 채우고 튕겨 나갔을 거다. 오래 일하기 위해선 회사도 나도 변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복지 및 근무 환경이다.


“이 회사 사람들 참 착하다.”

새로 합류한 크루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리더들이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뽑는 경향이 있어서였는지, 전체적으로 무던하고 순한 분위기가 있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회사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일 외적으로도 잘 맞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즐거웠다. 사람 때문에 힘든 일은 거의 없었다. 이게 생각보다 정말 큰 복지다.


환경도 좋았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코로나 덕분에 재택과 출근을 유연하게 병행했고, 사무실에 나가야 할 때도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었다. 나처럼 엉덩이 가볍고 집중력 짧은 스타일에게는 진짜 완벽한 조건이었다.

앉아 있다가 졸리면 모션 데스크로 일어서고, 답답하면 라운지로 옮겨가고, 산책할 수 있는 공간도 가까웠다. 특히 파르나스타워 시절, 코엑스몰에서 산책하고 쇼핑하던 게 참 그립다.


그리고 회사가 커지면서 2~3년마다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도 했다. 강남역에서 선릉역, 삼성역, 그리고 판교역까지... 인테리어와 업무 공간의 쾌적함에 관심 많은 대표님 덕분에 매번 업그레이드되는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성향이 무던하고 잘 견디는 편이다.


욕을 먹어도 지적을 받아도 그다지 타격감이 없다고 할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쩔 땐 이게 단점이기도 했는 게 또 장점이다. 성과가 엄청 좋아도 좋지 않았고 나빠도 그러려니 했다. 감정의 fluctuation이 적은 편이다.


아주 초반에 팀장님이 하는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던 적이 있었다. 매번 똑같은 얘기를 하셔서... 별로 리액션을 안 한 건데 이 걸 보고 회사 사람들이 되게 신기해했다. 알고 보니 다른 분들은 이 팀장님이 말이 너무 많고 본인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얘기하는 걸 힘들어했던 거다. 이 상황도 해석하기 나름인데 마지막 근무일 전 날 COO랑 이 얘기를 하면서 내가 참 대단하고 현명한 대처법?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또 다른 말로 좋게 말하면 일이 되게 하기 위해서 별로 다른 부수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요청한 기획에 대해 디자이너가 개떡같이 그려와도 최대한 기간 내 목적에 적합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최대한 상처받지 않게 돌리고 돌리고 돌려서 피드백을 드렸다. 속으로는 욕할지언정 최대한 정제하고 거르고 걸러서 이슈가 생길만한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 사람이구나 나.




그러다 문득문득, ‘아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했다.

9년 근속휴가랑 휴가금까지만 받고 정리하자. 그런 마음으로 천천히 정리해 나갔다.

(이럴 때 또 노션 프로젝트 문서를 만드는 버릇이 있다. a.k.a PJT_굿바이)

좋은 회사였고, 여전히 가능성도 크지만… 나도 이젠 잠시 쉬어가고 싶다.

그게 지금 내게 필요한 다음 챕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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