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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힘

어린이의 생일과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며

어여쁜 6살 친구의 생일과 입학을 축하해!

by 아멜리 Amelie

나는 너를 이제 코딱지라 부르지 않을거야. 이제부터 너를 어린이라 부를거야. 내 마음 속에서 넌 언제나 어리고 여린 아가이지만 네 인생에서 지금의 너는 가장 크고 성숙한 순간이니까 나도 네 시간을 기준으로 너를 대할거야. 그게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인 것 같아.


어쩌다보니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어. 어떤 이들은 영어를 배워서, 헬조선을 떠나 살아서 너가 큰 혜택을 얻었다고 생각해. 글쎄, 너는 어떤 생각을 할까, 또 앞으로 더 자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벌써 너에게 한국어는 점점 어려워지고, 한국인 친구도 거의 없어. 그래도 넌 한국인이라 할 수 있을까. 영어를 잘하면 국적, 언어, 인종을 극복하고 세상 사람들 모두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늘까. 그리고 진정한 지구인이라 느끼며 살 수 있을까.

답을 내리려니 참 어려워. 그래서 언젠가부터 생각했지. 한 번 가보자. 모르는 게 많으니까 모르는 게 많은 게 당연한거니까 겪어봐야 아니까 가보는 거라고 다짐했어.

어느새 너가 초등학생이 되는 여기까지 왔어. 어른들은 네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단정짓기도 하지만 너는 세상 모두를 보고 느끼고 알아가고 있어. 어른이 만든 세상에서 어른들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 사이사이에서 너의 눈이 머무는 풍경에서 네 마음이 듣고 싶어하는 것들을 찾아서 네 세상을 그리고 있었어.

타고난 피가 한국인이어서, 타고난 몸이 여자여서, 자라는 동네가 아시아여서, 쓰는 언어가 영어여서 이렇게 살아야 하고 저렇게 살아야 하는 건 세상에 없어.

너가 갖고 싶은 모습대로 살아. 너 자신으로 자유롭게 살아. 네 마음에 솔직할 수 있는 모습 그대로 살아. 그게 너와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인 것 같아.

그럼 또 어른들이 말할거야.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해야하는 일을 먼저 해야한다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니까 함부로 자유를 말하면 안된다고.

이건 구구단 외우듯 하는 게 아니야. 하루 배웠다고 그 다음날부터 바로 실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천천히 배워서 습관처럼 몸에 오랫동안 기억되도록 애써야 하는거야. 천천히 호흡을 따라 움직이는 몸을 느끼듯이, 출렁이고 동요하는 감정에서 진짜 감정을 찾아 헤메듯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찾아보고 결국 찾아내는 거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면 어떻게 하냐고? 다시 찾으러 가는거야. 아무렴 어때, 제대로 찾아보고 싶은 네 마음이 더 강렬하다면 계속 찾아야지.

초등학생이 되는 너를 보면서 나를 다시 봐. 내가 변하지 않고 머무르기만 하면 너의 몸동작들과 방향과 속도를 이해하기 힘겨워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 같아. 그런 연유로 나도 부단히 움직여보려해. 너만큼은 아니겠지만 변하는 세상을 내 손 끝으로 내 마음으로 느껴 보려해. 나도 계속 틀려보고 정답을 찾아 보려해. 너랑 계속 교감하면서 잘 늙어가려 애쓰려해.

꼰대같은 소리 딱 하나만 하자면 진짜 살아가는 게 녹록치 않아. 그럴 때 내가 딱 하나 너에게 해주고 싶은 게 있어.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을 때, 세상이 다 싫어지려고 할 때, 엄마인 내가 네 등 쓰다듬어주고 재워줄게. 그걸 제일 잘하는 엄마가 되고 싶어.

지구 끝에서 끌어온 에너지 담아 너를 응원해.
너의 성장 실패 도전이 포도알처럼 영글어갈 너의 인생 전체를 응원해.
네 모습 그대로 살아갈 너를 진심으로 응원해.

하은아, 엄마가 가끔 잠든 네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네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그런 세상은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더라. 그만큼 나는 너를 사랑해. 생일 축하해, 너의 초등학교 시작도 축하해.

This is your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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