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의 힘

생일 축하해. 웅아

조카의 첫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by 아멜리 Amelie

안녕, 웅아


여름 햇살이 서늘한 바람 냄새를 맡고 떠날 준비를 할 때, 나무와 풀들이 뿜어내는 짙은 초록이 절정을 이룰 때, 사람들이 너나 없이 여름을 떠나 보내며 가을을 맞이하며 변화를 기대할 때, 세상에 태어난 웅아. 사계절을 오롯이 네 눈으로, 네 손짓으로, 네 마음으로 만나고 만끽한 지금 너의 마음이 궁금해. 태어나 처음 만난 엄마의 냄새는 너가 상상한 것만큼 달콤했을까, 엄마 뱃속에서 즐겨 듣던 아빠의 목소리와 누나의 웃음소리는 지금 너에게 어떤 색깔의 소리로 남아있을까, 너가 만난 세상의 모습은 기대한 것보다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을까. 알알이 곡식이 여물어가듯 네가 보낸 365일은 하루하루가 새로운 빛깔과 소리와 촉감으로 네 몸 속 구석구석에 닿아 있을 것만 같아.


웅아, 엄마가 너를 품은 열 달 동안 이야기를 잠깐 해 줄게. 너의 엄마와 아빠, 누나는 어떤 꼬맹이가 세상에 나올지 궁금했고, 행여나 어디가 아플까 걱정했고, 조금이라도 소홀할까 마음을 졸였어. 누군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은 그 자체로도 기쁨이지만 그 기쁨이 사라질까 걱정하는 두려움도 섞여 있거든. 너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까지 너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어. 너가 세상에 ‘으앙’하고 울부짖으며 나오던 날, 새로운 행복 하나가 알을 까고 나온 듯 기뻐했어. 모두들 함박 웃음을 지으며 네가 세상에 온전히 등장한 걸 축복했어. 그렇게 넌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거야.


웅아, 너에게 우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가고 싶고, 한번 더 껴안아주고 싶고, 해맑게 웃어주는 어른들이고 싶은데 그 몫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었을까. 늘 생각해. 우리가 너에게 좋은 사람으로 오래오래 곁에 있으면서 세상 살아가는데 큰 언덕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이야. 조금 길게 살아보니 살면서 겪어야 하는 시련도 꽤 많고, 극복해야 하는 순간도 너무 많았거든. 사실 너도 이미 겪은 일들이야. 누워만 있다가 뒤집기를 할 때 수십 번 수백 번 도전했던 것 기억나? 기어 보려 애쓰다 주저앉아 울었던 날들, 짚고 서서 오른발 하나 떼어 걸으려 했을 때 느낀 두려움들. 그때마다 우리는 네 옆에서 응원해줄테야. 너가 네 힘으로 잘 걷고 뛰다가 엎어져도 무릎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 뛰어나가도록 말이야.


웅아, 너의 작은 손짓과 움직임들, 너의 웃음과 목소리들, 너의 숨소리와 표정들 모두가 우리에겐 미래로 느껴져. 너에게 펼쳐질 봄여름가을겨울은 우리가 겪은 시간과 다를테고, 너가 밟을 땅과 흙은 우리가 경험한 공간과 다를거야. 너는 우리의 미래이고, 우리는 너의 미래가 건강하게 쑥쑥 잘 자랄 수 있도록 뒤에서 늘 지켜볼거야. 아무 말 없이 해가 곧 뜬다고 알려주는 새벽별 같은 사람들이 되고 싶어.


웅아, 넘어지고 주저앉아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한없이 선한 마음으로 곁을 바라보고 누군가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작고 하찮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할게. 너가 도전할 세상이 한없이 펼쳐져 있어. 신나게 한번 뛰어가보자.


너의 첫번째 생일을 온 마음 다해 축하해.

멀리서 이모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가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