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
수요일 저녁, 코딱지와 동네 마트에 들렀다. 마트 사용 규칙 제1조, 원활한 쇼핑 진행을 위해 반드시 장난감 코너를 맨 먼저 방문한다에 의거해 여느날과 다름 없이 장난감 코너로 향했다. 이미 남자 아이 하나가 먼저 도착해 이것저것 둘러보고 있었다. 아이는 코딱지가 살펴보는 장난감 하나하나의 기능과 특징을 설명해준다. 조금 왜소해 보이고, 외투를 입지 않고, 신발은 짝짝이로 신고, 롯데리아 데리버거처럼 생긴 햄버거 하나를 들고 돌아다니며 먹는 아이가 홀로 해진 저녁에 마트를 돌아다니는 게 이상해보여 몇 가지 인적 사항을 물어봤다.
"친구야 몇 살이니?"
"7살요."
"친구 여기 혼자 왔니? 엄마는 어디 계시니?"
"저 여기 맨날 혼자 와요. 엄마는 지하1층에 있어요."
"친구 여기 어떻게 오니? 엄마랑 같이 오니? 어디서 오니?"
어느 순간부터 나의 질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돌곶이역에서 지하철 타고 와요."
"혼자?"
"아니요 엄마랑요."
"엄마는 어디 계시니?"
"엄마 지하1층에요."
"엄마가 여기서 일하셔?"
"네 근데 투앋 랕나ㅓㄴ울."
엄마가 어디서 뭘 하시는 지 아이의 대답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코딱지가 자리를 옮겨 구경하느라 따라 갔다가 아이와의 대화가 끊겼고 아이를 놓쳐버렸다. 몇가지 장을 봐 집에 올라오면서 한참 동안 그 아이 생각을했다. 마트 직원에게 어린 아이가 혼자 다닌다고 말할걸 하는 생각도 했고 돌곶이역이 어딘지 찾아도 봤고 그저 아이가 정말로 엄마와 같이 왔다가 돌아가길 바랐다.
오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코딱지가 심심하다고 징징거려 방방을 타러 동네 상가로 향했다. 상가 들어가는 길에서 며칠 전 그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나와 코딱지를 기억해냈고 우린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친구야 오늘도 엄마랑 같이 왔어?'"
"네."
"친구 이름이 뭐야?"
"태원이요. 최태원. 세글자예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다니니?"
"네 옆에 성광교회 어린이집 가요."
내가 아는 정보가 아이의 입에서 흘러나와 어느 순간 안심이 되었다.
"엄마는 어디에 계셔?"
또다시 엄마 존재 여부를 묻고 있다.
"엄마는 주방에서 일하고 아빠는 배달해요. 북어집이요. 지하1층에 있어요."
층별 안내판을 보며 지하1층 북어식당을 눈으로 찾는다. 북어XX가 보인다. 더 큰 안심이 찾아오며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친구야 아줌마랑 같이 방방 뛰러 갈래?"
"네! 좋아요"
"엄마한테 가서 아줌마랑 같이 간다고 허락받으러 가자."
"네? 허락이요? 부끄러운데요."
"아무나 따라가면 안되잖아. 너가 아줌마 뭘 믿고 따라가. 엄마한테 가서 말하고 같이 가자."
우린 지하 1층으로 향했다. 태원이는 우리를 에스코트하듯 엄마 식당으로 안내한다. 엄마에게 나를 소개하며 아줌마랑 방방 뛰러갈거라며 아주 큰 소리로 말한다. 처음 보는 여자와 함께 온 아들이 당황스러운 엄마는 나를 보고 어색한 웃음을 보낸다. 태원이가 며칠 전 밤에 마트에서 혼자 노는 것을 봤다며 심심할까싶어 데리고 놀다 오겠다고 조근조근 설명했다. 엄마는 이제 막 일이 끝나서 집에 간다고 괜찮다며 또다시 입꼬리가 불편해하는 웃음을 띈다. 엄마는 북쪽이나 왼쪽 대륙에서 우리와 똑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의 말투를 닮았다. 아이는 혼자서도 늘 잘논다며 나의 걱정이 도를 지나친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말을 건넸고 태원이는 방방이를 지금 당장 못 뛰어 섭섭해서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북어 식당을 나오는 길에 소변이 급했던 코딱지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 태원이는 우리를 따라왔고 큰 소리로 말한다.
"아줌마 다음에 같이 방방이 타러 가요. 내일도 여기 놀러오세요."
엄마 아빠는 돈 버느라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는 탓에 동네 마트나 놀이터, 골목에서 시간을 죽이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마트에 진열된 물건을 모두 외울정도로 마트에 오래 있는 태원이는 늘 무슨 생각을 할까? 다음에 태원이를 만나면 놀이터에 데려가 신나게 그네릉 태워주고 싶다.
내 자식도 남의 손에 맡겨 키우면서 오지랖도 넓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넘의 자식이든 내 자식이든 애처로운 모습은 못보는 내가 답답하면서도 애들 키우는 게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에 다다르면 애쓰며 애들 키워야지싶다.
그나저나 큰코딱지마저 우리집에 있는 토요일이다.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어서 이런 애처러운 일상을 만들었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