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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힘

드디어 보스턴

by 아멜리 Amelie

미국에 잘 도착했다.


보스턴에서 왼쪽 아래에 위치한 NORWOOD라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이곳에서 남편 회사까지 차로 5분 정도 걸린다고 하고, 보스턴 시내까지는 차로 이동하거나 기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1. 열세시간 비행 후, 11월 13일 일요일 아침 9시 30분에 도착했다. 한국 시간으로 11월 3일 아침 9시 30분에 비행기를 탔는데 같은 시간을 맞이하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2. 가져온 짐과 가방은 총 열여덟 개, 짐을 대충 풀어두고 근처에 있는 슈퍼까지 걸어가 봤다. 시차 적응을 위해 자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서둘러 움직였다. 한국보다 그리 추운 것 같지는 않은데 비가 그친 직후여서인지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3. 걸어가는 내내 아이가 물어봤다. 왜 길에 사람이 없냐고. 싱가포르에서는 어딜 가나 걸었고, 사람들이 붐볐는데 여긴 그런 모습을 못 찾아서 아이도 의아했나 보다. 미국은 차 없이 못 사는 곳이라는데 진짜 그런 것 같다.


4. 슈퍼는 생각보다 규모가 꽤 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브로콜리 한송이를 사고 내가 좋아하는 사과를 몇 알 골랐다. Kg, 그램, 밀리리터에 익숙했는데 갤런, lb가 등장했다. 무게 단위를 공부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일기예보에 등장하는 기온 단위도 다르다. 먹고살기 위해 다른 단위를 익혀야겠다.


5. 장보며 내내 슈퍼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아시아인이 보이지 않는다. 공항에서도 영어 외에 스페인어가 들렸다. 중국어와 아시아인에서 멀어진 동네에 와있다. 보스턴 시내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6. 새벽 4시에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며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한국 시간으로 저녁 시간이다. 가져온 햇반 몇 개를 데우고 어머니들의 김치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먹였다.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운 아이들은 비행기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며 대화를 나눈다. 아이들은 비행기에서도 잘 먹고 잘 잤고, 숙소에서도 둘이 장난도 잘 치고 잘 지낸다. 이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청사초롱처럼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신호등을 보며 익숙했던 동네를 떠나온 게 실감 났다. 헤어지며 눈물을 보였던 식구들 모습도 떠올랐다. 참, 멀리 와있다.


#보스턴 #bo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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