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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Feb 11. 2023

정상이 뭔가요?

남편은 매일 출근길에 둘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퇴근길에 데리고 온다. 남편이 재택을 하는 날이면 내가 둘째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곤 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가끔 아이의 친구들 부모와 마주치곤 인사를 나누는데 오늘은 '윌'의 엄마를 만났다. 윌이 집에서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도 집에서 '윌'의 이야기를 자주 해서 '윌'의 엄마 로라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윌'의 엄마를 만났다고 했더니 아침마다 남편도 '윌'의 엄마를 만난단다.

"윌 엄마 금발이지?"

"아니 흑발인데."

"아닌데, 아침에 만나는 윌 엄마는 윌처럼 금발인데."

"아닌데, 곱슬머리에 흑발이던데. 나한테 윌 엄마라고 소개했어."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아침에 만난 금발 여자가 윌 엄마라고 소개했는데."


그렇게 우리는 윌의 엄마 두 명을 각자 만났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만난 윌의 엄마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우리는 윌은 엄마가 두 명인가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의 조금 오래된 동화책에 나오는 가족은 모두 엄마, 아빠, 남자아이, 여자 아이다. 나도 엄마 한 명, 아빠 한 명, 여자 아이, 남자아이로 구성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정상 가족'의 모습이 늘 불편했다. 할머니랑 사는 아이도 있고, 엄마 또는 아빠와 사는 아이도 있고, 엄마가 둘인 아이도 있고, 아빠가 둘인 아이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이나 '이상한 엄마'를 아이들과 다시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사탕'에는 엄마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상한 엄마'에는 아빠가 등장하지 않는다. '정상 가족'의 틀을 깨는 서사가 내 마음에 들었다.


정상이 뭘까? 멀쩡한 사지는 뭘까? 평범한 삶은 뭘까?


어쩌면 이 생각은 내 동생이 장애인이 되면서부터 얻게 된 건 아닌가 싶다. 두 발로 걷지만 다른 사람과 다른 발걸음에서, 몸의 한쪽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고, 장애를 얻은 이후 인생이 꺾였다고 포기하는 동생을 보면서 말이다.


기우뚱기우뚱, 어기적어기적 걸으면 뭐 어때, 단어와 표현이 헷갈려서 엉뚱한 말로 상황을 표현하면 뭐 어때, 사람마다 생긴 모습이 다르고 사는 방법도 다르니까 대다수의 삶과 많이 다르면 뭐 어때.


비정상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멀쩡하지 않은 사지가 틀린 것도 아니지 않나. 다들 평범하게 살기 싫어하고 독특하고 개성 있게 남과 다르게 살고 싶어 하지 않나.  


윌은 엄마가 두 명이고 아빠가 없을 수 있고, 나의 큰 아이는 남자를 싫어하고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나의 작은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여자냐고 물어보아도 머리를 자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정상 비정상, 평범 비범을 떠나서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삶. 그 자체고 축복받은 삶이고 즐거운 삶이지.


우리는 모두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혹시 그러하지 않다면 뭘 해야 나답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자신에게는 솔직 담백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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