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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 Amelie Apr 06. 2023

미국 선생님에게 학내 총기 사건 매뉴얼을 물어봤다

12월 초에 미국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큰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 상담이 있었다. 선생님이 상담시간을 양육자에게 이메일로 공유하면, 양육자가 상담이 가능한 시간을 선택하고, 교실에서 또는 온라인으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나는 아이의 교실에서 선생님과 친밀감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학교로 향했다.


여기는 우리나라 초등학교처럼 운동장을 둘러싼 담과 교문이 없다. 학교 건물 옆에 마련된 주차장도, 학교 놀이터도 모두 개방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 외부인의 놀이터 사용은 금지되어 있지만, 주말에는 누구나 가서 사용할 수 있고 우리는 주말에 종종 학교 놀이터에서 놀곤 한다. 


하지만 학교 건물 자체는 보안 시스템이 있어 아무나 드나들 수 없다.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보안 시스템에 나의 운전면허증을 태그 하고, 스크린에 표시된  <선생님 만남>을 방문 목적으로 선택하니 출입 스티커가 출력되어 나왔다. 그 스티커를 왼쪽 가슴에 붙이고 벨을 누르고 학교 건물 내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아이는 지난 4개월 동안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수업도 잘 따라가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좋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무엇보다 반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선생님은 아이를 칭찬했다.  살짝 긴장한 상태로 선생님을 만나러 갔는데 칭찬을 들으니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라고 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물어봤다.


학내 총기 사건 관련해 학교에서 어떤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아이가 나에게 총기 사건에 대해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하는 게 좋을지 물어보고 싶어요.


이주 전 미국 내슈빌이라는 도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해당 초등학교 졸업생이 학교에 들어가 아이들을 향해 총을 쐈고 아홉 살 아이들과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다. 속보로 뜬 이 뉴스의 제목과 기사 몇 줄은 읽었지만 학교 CCTV 속 영상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지난주에 아이의 스쿨버스 도착 시간이 다 되어도 집에 오지 않아 동네 친구 엄마에게 연락을 하니 고등학교에 문제가 생겨 스쿨버스들이 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뒤늦게 상황을 알고 급하게 학교로 가서 아이를 데려올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 동네에 있는 고등학교에 누군가 공격을 하겠다는 전화를 했고, 학교가 폐쇄되어 학생들이 학교에 갇혀 있었고, 학교 인근 길도 폐쇄가 되었다고 했다. 다행히 그 전화는 장난 전화로 밝혀졌고, 저녁 늦게 고등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 뉴스로만 접했던 학교 총기 난사 사건 뉴스는 이곳에서 살면서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지금 접하는 그것과 확연히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총기 소유가 합법인 이 나라의 반대편에 살 때, 학교 내 총기 사건 뉴스를 들으면 아이와 나는 어른들로 인해 세상을 떠난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이 땅에 사는 지금은 같은 내용의 뉴스를 아이에게 전할 수가 없다. 아이가 매일 드나드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공포감에 사로 잡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선생님의 대답이 이어졌다. 내가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했고, 충분이 이해가 된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그러한 총기 사고에 대한 매뉴얼이 있고, 지난 금요일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상황과 대응 방법을 초등학교 관계자와 선생님들이 모두 공유하는 자리도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학교에서는 총기 사건에 대한 준비와 대응에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아이들의 안전이 학교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매뉴얼이라 함은 이랬다. 외부인의 침입 또는 동물이 학교에 난입한 경우, 교실 앞뒤 문과 창문을 모드 걸어 잠그고 창문 가까이 설치된 블라인드를 내려 외부에서 교실 안을 확인 할 수 없게 만든다.  아이들의 이동과 대화를 금지하고 교실에 사람이 없는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는 경찰 또는 공권력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다. 


선생님은 아이가 총기 사건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관련해 물어보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반드시 어른의 지도를 잘 들어야 한다. 특히 담임 선생님의 지도에 잘 따라야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주기를 당부했다. 


아이의 선생님은 젊고 밝은 여성이다. 선생님의 얼굴과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학교의 CCTV 속 범인의 모습이 겹치면서 우리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총기 사고 매뉴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가 너무 안타까웠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주는 선생님도 학교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피해자 중 한 명인 것을 잘 알기에 선생님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소홀히 들을 수가 없었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나면 살아있는 사람들은 천사 같은 아이들이 아픔 없는 곳에서 잘 지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아이들에게 총구를 겨냥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데도 총기 소유 허용 자체에 대한 논의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저 학교 문과 교실 문을 걸어 잠그고 블라인드를 내리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하는 방법이 최선인 상황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젊고 밝은 담임 선생님을 믿고 잘 따라야 한다.  


학교에 있는 아이들도, 학교 밖을 나온 아이들도, 아이는 안전하고 무사해야 하는데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아이들의 안전이 이곳저곳에서 위협을 받는다. 그런 뉴스를 들으며 가슴 아파하는 일이 언제쯤 사라질까. 


봄꽃이 아우성을 치고, 달콤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도 4월은 어느 해부터 뼛속까지 춥고, 올해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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