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어버이

by 아멜리 Amelie

어제 상경길에 엄마가 싸준 떡을 깜박하고 못 먹었다. 다행히 떡이 상하지 않아 회사에서 아침 대용으로 먹으려고 싸왔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다음날 떡을 먹으니 더 찾아올 뱃살에 걱정이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먹었다. 어버이날에 엄마가 싸 준 떡을 버리면 어버이의 어버이의 어버이가 천벌을 내릴 것만 같아서. 엄마가 내년 어버이날 언저리에도 떡을 싸준다면 뱃살 걱정하지 않고 꼭꼭 씹어 삼킬 것이다. 어버이의 마음을 받아 삼키듯 말이다.


어버이의 늙음이 기우는 달처럼, 짙어지는 그림자처럼 성큼성큼 다가와 어색하고 애잔하다. 어버이가 막둥이를 만난 나이보다 내 나이가 많아졌다.


세월을 끌어당기는 거인이 어딘가에 숨어 사는 게 분명하다. 그 밧줄 너무 세게 끌어 당기지 마소. 뭐하나 제대로 갚은 게 없으니까 낙동강 하류처럼 천천히 흘러가게 해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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