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다. 물기를 머금은 구름들이 내려 앉기 시작한다. 술집들, 네온사인들, 집들, 자동차들, 골목 어귀 가로등에서 발화하는 수만가지 빛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가다 촘촘한 구름을 뚫고 뻗어나가지 못하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다. 하늘을 향하려는 빛과 돌아온 빛이 소용돌이치며 얽히고 섥히며 오로라 같은 춤사위를 만들어낸다. 불빛들은 한삼모시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듯 살짝 뒤흔들리는 공기의 움직임을 따라 가볍게 흩뿌려지고, 둥둥 떠오르다 보이지 않는 천장에 부딪히고 다시 땅을 향해 두둥실 내려온다. 오르고 내리는 불빛들의 흔적들이 점점이 찍히고, 물기 머금은 공기 탓에 점들은 번지고 묵이 물을 만나 화선지에 번지듯 온 세상에 번진다. 그리하여 희뿌옇게 번지다 만나 색들이 진해지고,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처럼 뭉게진다. 비가 내리기 직전의 밤은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날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