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부모참관수업

by 아멜리 Amelie

코딱지 학교에 부모가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 있어서 다녀왔다. 아이는 어젯밤부터 자기 교실을 보여주겠다고 했고, 친구들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설렌 마음이 얼굴 곳곳에 묻어났다. 아이가 하루 반나절 이상을 머무르며 놀고, 낮잠을 자고, 밥을 먹는 공간에 들어갔다. 마치 아이에게 초대를 받아 헨델과 그래텔의 과자집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 말을 따라 한 줄 서기도 하고, 질문에 대답도 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아이를 보며 새삼 아이와 나를 연결했던 탯줄이 희미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이는 녀석의 취향을 알아가고, 자신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나에게 알려주고, 자신의 의지대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들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부모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자기의 숨결로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열아홉살 때 수능을 마치고 잠깐 레코드 가게에서 알바를 했었다. 사장 아저씨가 자식 자랑을 너무 심하게 해서 거기서 일하기가 싫을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 아빠에게 밖에 나가서 자식 자랑 하지마라며 꼴불견이라 했다. 아빠의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자식 자랑할 게 없는데.” 어릴 땐 이 말이 섭섭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말이 정답처럼 느껴진다. 그냥 다들 생긴대로, 재미난대로, 살고싶은대로 살면 굳이 내세울 필요도, 자랑할 일도 없다는 말로 들려서.

아이가 옥수수처럼, 배추잎처럼 자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 맞고,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을 온기삼아, 흐르는 바람에 몸을 맡겨 커나가는 옥수수와 배추처럼 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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