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결혼식 축사

유란이 결혼 (2017. 11. 11)

by 아멜리 Amelie


유란이 결혼식 축사 (2017. 11. 11)



그대들이 나란히 서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반짝이는 강물을 뒤로 하고 봄기운이 땅 위로 꼬물거리며 올라오던 문호리에서 그대들을 만날 때마다 참으로 정겨웠습니다. 물기 묻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사람들을 향해 환한 웃음으로 답하고, 서로 따스한 눈빛으로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그대들을 볼 때마다 어여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이 바뀌어도 정답기 그지 없는 문호리에서 본 그대들이 그때와 꼭 같은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서 앞날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준 한결 같은 그대들의 모습 덕분에 이 자리에서 미래를 약속하는 것마저도 어색하지 않고 당연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여기 이 곳이 그냥 준비해 만든 자리가 아닌, 그대들이 하루하루 알차게 쌓아온 믿음과 사랑이 그대들을 데려온 곳이라 느껴집니다.

2012년 봄이 겨울을 밀어내고 말간 모습으로 찾아오던 무렵에 유란이를 만났습니다.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새로 맡은 프로젝트 업무로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었는데 유란이가 도와주겠다며 함께 남아주었던 날이었습니다. 실수를 하여 고객사에 혼이 날까 두려워 백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함께 보고 또 보며 서로 의지하기 시작한 회사 후배가 유란이었습니다. 제가 연애하던 시절 남자친구와 싸워 밤새 울고 출근한 저를 데리고 광화문 한 가운데 있던 카페에 가서는 선배인 저의 연애 하소연을 들어주던 후배였습니다. 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 많은 웃음으로 대하고, 힘들고 고단해도 주위 사람들이 지치지 않도록 힘이 되려 애쓰던 밝고 경쾌한 친구가 유란이었습니다. 그런 우리 유란이가 남자친구를 만났다며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참으로 유란이를 닮은 사람을 만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란히 서 있는 모습만 보아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사람들이 바로 여기 오늘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남자,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잘 살겠다는 약속을 하는 이 자리를 만들고 손 꼭 잡고 앞에 놓인 이 길을 걸어가면 그대들에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그 세계에서 유란과 기열 커플이 만날 나날들이 지금보다 조금 복잡할 수도 있고, 예상치 않은 일들이 펼쳐질 수도 있고, 상상한만큼 즐거운 시간들도 당연히 있겠지요. 그럴 때마다 서로 하염없이 바라봐주고, 눈빛으로 이야기하고, 애쓴 얼굴 쓰다듬어주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시간이 흘러 눈가에 생기는 주름에 마음 아파하지 않고, 편협하고 온화하지 않은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생기는 미간의 굵은 주름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맑은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턱선이 흐릿해지고 예전의 젊고 맑은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을 한탄하지 않고, 웃지 않고 감동받지 않아 축 쳐지는 입 꼬리가 생기지 않도록 늘 세상에 깨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뱃살이 늘어나고 등허리에 군살이 생겨도 눈 내리는 날 누구보다 즐거워 날뛰는 강아지마냥 가슴 벅차게 움직이며 들끓는 에너지가 서로의 심장에 흐르면 좋겠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과 인연을 맺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그대들의 오늘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대들이 서로를 향해 가진 애틋하고 따뜻한 그 마음, 영원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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