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동이맘 May 16. 2024

백수가 돼버렸다!

다니던 회사가 망해버렸다.

 내 나이 30대 초반, 디저트 회사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어느 날, 벼락을 맞은 것처럼 하늘이 무너져 내린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TV프로그램에서 우리 회사를 천하의 나쁜 가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창 바쁜 나날이 몇 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잠도 못 자고 서울과 부산, 전라도 광주,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눈코뜰새도 없이 바쁘게 전국의 지방을 돌아다녔다. '대만 카스텔라'로 유명해진 우리 회사는 대히트를 쳤다. 물론 이전에 '패스츄리 붕어빵'으로 처음 이름을 알리고 다양한 디저트를 연달아 출시하던 중 '대만 카스텔라'가 생각지도 않게 인기를 끈 것이다.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비슷한 이름의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더니 결국 망해버렸다.

 그땐 너무 힘들었다. 가맹점주들은 폐업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가맹점주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도 한계였다. 내가 죽기 일보직전이라 남을 챙길 여유가 있을 수 있을까?

 점주님의 전화를, 길거리에서 한 시간가량 통화한 후 정말 어린아이마냥 길바닥에 주저앉아 목놓아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그 모두 내 눈에 들어오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큰 소리로 꺼이꺼이 울었다.


 그날은 오랜만의 쉬는 날이라 영화를 보러 나왔던 휴일이였다. 그렇게 휴일을 망치고 집에 가서 나는 퇴사를 마음먹었다.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 때 그만두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좋을 거 같았다.

 회사는 망해가던 찰나였고 인건비도 줄 수가 없던 최악의 상황였다. 점주들에게 페널티도 받지 않고 계약종료를 해줬기에 뭐하나 남은 것이 없었다. 겨우 퇴직금을 정산받고 회사를 나오는데 씁쓸했다.

 뭐하나 내 손에 남겨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청약통장에 700만원, 통장에 300만원, 빚 300만원. 이게 내가 가진 전부이자 모든 것이였다.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일만 해서 그런가 여기저기 망가져 있는 몸, 허리 디스크에 하지 정맥에 뭐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친한 점주님의 부탁으로 한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주기로 했는데 오래는 못한다고 했다.

 그 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운명같은 만남인가? 머리를 갸웃해보지만 운명이긴 한 것 같다.

 회사는 '영흥도' 집은 '마천동'였는데 마침 휴가라 본가에 와서 쉬고 있을 때 잠실에서 나를 만난 것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돈 천만원과 300만원의 빚, 그리고 엉망이 된 몸뚱아리를 가진 나를 그 남자는 첫눈에 반해 결혼을 하자고 했다. 3개월 연얘하고, 6개월 결혼식을 올렸으며, 결혼 한지 2개월만에 임신하고 이듬해에 아들을 출산했다. 그렇게 파란만장한 '영흥도' 시골에서 독박육아가 시작된 것이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