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하고 겉멋만 든 겉절이가 좋다. 불그죽죽한 걸 덕지덕지 바르고는 저도 김치라고 마늘 내 풍기는 게 귀엽잖아. 김치는 자고로 묵은지라는 네 말에 사과식초를 한 소쿠리 마신 듯 얼굴 가득 주름을 잡았었지. 긴 세월 갇혀 온갖 상념에 익어 죽은 김치. 쓰다, 써! 풀이 죽어 축 늘어진 녀석을 찢어먹는 너는 잔인한 사람. 시간의 켜를 헤쳐 발기는 사람.
널 떠나보낼 때에는 무엇이 가장 효과적일까. 욕조에 몸을 뉘었더니 뚜껑이 없어 겨울용 오리털을 가져와 덮었다. 나는 그 속에서 푹 익어간다. 불어 터진 살가죽이 검은 찌꺼기를 뱉었다. 겨울날 새벽의 통화가 벗겨진다. 양재천 벚꽃 잎이. 밀가루 맛 와플과 씨 없는 수박이. 나는 온통 발가벗겨진 채로 무릎을 모아 안았다. 내 무릎은 네 어깨보다 물렁해. 나는 물렁한 주먹이 되었다.
표류 중인 네 얼굴을 두 손 모아 퍼내다 보면 사계절이 지나. 너는 씹어도 씹어도 고와지지 않고 생선뼈처럼 걸려있다. 좁디좁은 목구멍에 결국 네가 산다. 위에서 막걸리와 사이다, 치즈와 비스킷이 부글부글 끓는다. 잔 기포가 일어 게워내고 싶어. 허리를 잔뜩 숙여 본 물 웅덩이에 시뻘건 내가 비친다. 목구멍엔 여전히 네가 살아. 이제 그렇게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