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나뭇잎 위에 널려있던 애벌레가 후드득 떨어지던 나무 옆 골목이 좋았다
그곳에 나는 창백한 하늘이 몹시도 눈부셔 재채기를 흘렸고 눈물이 짜서 삐죽 댔던가
짓밟혀 속살 훤히 까인 가을 밤송이는 집이 없어 겨울잠 잘 곳 없네
성치 않은 마음을 푸드덕대다 이내 성난 머리로 걸었지
반짝이는 것을 주워다 주면 까마귀도 울지 않는데
나의 언어는 온통 붉은 피 색이야
그것만이 사랑일 수 없지만 그것만이 또 사랑이지
헐거워진 곳으로 자꾸만 바람이 파고들어도
어디에 있든 근처에 사랑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또 사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