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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눈보 Sep 18. 2022

나를 사랑하는 방법, 결국 화해

[서평] 오은영 <화해>

<화해>를 읽으면서 문득 방탄소년단(BTS)이 유엔 연설에서 'LOVE YOURSELF'(당신 스스로를 사랑하라)라고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그 연설을 들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를 사랑하는 법은 '나를 괴롭히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 상처입었던 나를 용서하고 오늘의 내가 실수했더라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하며 자신을 토닥여주는 것. 미래의 나를 불안해하지 않고 오늘의 '내'가 마음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나 자신에게 아량을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나와 '화해'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은영 박사님의 프로그램을 잘 챙겨 보는 터라 약간의 음성지원도 되는 것 같았다. 내가 마치 내담자가 된 기분이 드는 편안하고 다정한 문체라 굉장히 잘 읽히고, 사례 중심이라 의미 전달에 있어서도 거부감이 아주 적었다. 


지금의 '나'는 나를 키워준 양육자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어떤 양육자에게서 키워졌느냐가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모든 면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다. 

나 역시 성장과정에서 상처받았던 기억으로 괴로웠던 적이 많았다. 80년 대생인 나는 그 시절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랬듯 남아선호사상이 짙게 깔린 아빠와 할머니 영향을 많이 받고 컸다. 그 와중에 둘째 딸에 늦둥이 남동생을 가진 나는 언제나 내가 처한 환경에서 스스로 약자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태어난 날 아들이 아니라 섭섭해 술을 마시러 갔다고 재미 삼아 말하는 아빠 밑에서 '그럴 거면 왜 낳았을까?'라는 원초적인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 생각이 한 번 물꼬가 트이면 어린 나에겐 폭언이라 느껴지고 친절하지 않았던 상황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실 나에게 '82년생 김지영'과 '응팔의 덕선'은 불편할 정도로 자세히 묘사된 과거 내 모습의 단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간 이런 생각도 했다. 나에게 이런 부모가 있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이지 않을까라고, 그 이유를 찾는 건 결국 내 몫이라고 말이다. 내가 겪었던 경험들에게서 배운 지혜가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받았던 상처를 아이에게 되풀이하지 않을 '브레이크'가 생긴 거라고 받아들였다. 현재 나는 과거의 어린아이가 아니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나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도 있는 위치가 되었으니 말이다. 


오은영 박사님은 '인생은 자신을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도 그 말에 깊은 공감을 하고 늘 그런 태도로 삶을 사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힘들 때에도 '나는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나고 상처를 받는구나'라고 좀 더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아직도 연습중이다) 결국, 내면의 나를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소위 말하는 '열등감'이나 '상처'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대부분 상대방은 일부러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 위해 노리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화 과정에서 내가 상처받았다면 그 부분을 스스로 약점이라고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맞아, 나는 좀 그래.', '내가 그런 부분이 있지.'라고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이렇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수행의 차원으로 삶을 대한다면 대부분의 상황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은 당신이 실생활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들을 자꾸 연습해 보길 희망한다. 엉망진창인 채로 부서지고 상처받은 '나'를 이 책을 그물 삼아 바깥으로 건져 올렸으면 한다. 그리고 마주 보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마침내 화해할 자신과 대면하길 소망한다. 


부모가 준 상처들은 영영 아물지 못할지도 몰라요. 이해가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용서가 안 되면 안 되는 채로 있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감정에 대한 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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