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성상

by 윤눈보

단단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마음 한 귀퉁이가 스르륵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차 싶었지만, 손쓸겨를 없이 벌어진 일이었고,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흘러내리는 마음을 움켜쥘 수 없다는 건 여러 해를 거듭하면서 알아버린 불편한 진실이었다.
언제까지고 조금씩 은근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귀퉁이를 보고만 있어야 할까. 지긋지긋한 나와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꼬일 것 없이 흘러가는 평온한 일상이었지만, 괜스레 꼬아보이기 시작했다. 그냥 지나치면 될 의미 없는 타인의 말과 행동이 걷는데 걸리적거리는 돌멩이처럼 발길마다 채였다.
내 마음의 방향을 살짝 틀었을 뿐인데 모든 게 엉켜버린 것 같았고, 엉켜 응집된 응어리가 울대에 턱 막혀 말문을 종종 막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인 걸 지겹도록 몸으로 부딪혀 알아냈으면서, 내가 겪어보지 않았던 종류의 좌절 앞에선 그 좌절의 문턱이 1cm여도 넘기 힘들었다. 이렇게 또 나의 나약함을 마주했다.
마음의 성상은 단단한 고체가 아니라 외부 압력에 쉽게 무너지고 모양이 변하는 모래 같다는 생각을 한다. 풍속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언덕과 둑을 만드는 모래처럼, 그 일이 내 마음속에 또 다른 언덕을 만든 것 같다. 내가 만든 이 풍경들을 지나칠 수 있을까? 또 다른 줄기의 바람이 흐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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