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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루아 Jul 03. 2020

어째서 남편은 시댁을 혼자 가지 않는가.

나의 일상, 나의 생각 


일주일쯤 전, 남편이 문득 말했다.     


“엄마가 문자 왔는데 26일에 이사한다네.”     


시어머님은 항상 내게 연락을 하지 않으시고 남편에게 연락을 하신다. 내가 아프거나 하는 일이 있을 때에만 직접 연락을 하신다. 어머님도 다른 시어머님들처럼 처음에는 내게 안부 전화를 종용하셨다. 하지만 원래 성격이 애교 없고 무던한 나는 알았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포기하시는 게 보였다.    


일주일이 지났다. 내일은 남편이 회사를 쉬는 날이다. 남편이 말했다.     


“내일은 엄마 집에 한번 가야지.”     


달력을 보니 어느새 26일이 지났다. 이삿날에는 가지 않았다. 어차피 포장 이사를 하실 거고, 가봤자 도움이 될 상태가 아니기에 이삿날엔 가지 않았다. 시부모님께서도 오지 말라고 하셨다.     


“혼자 갔다 와-.”     


난 일부러 남편에게 말했다. 그러자 남편이 말한다.     


“안돼. 내일은 다 함께 가야지.”     


알고 있네, 이 사람아. 웃고 말았다.     


남편은 가끔 알지 못할 행동을 한다. 자신의 부모이고, 자신의 본가인데 혼자 가지 않는다. 가령, 시아버님이 김치를 담갔다며 가져가라고 남편에게 전화를 하신다. 그럼, 내가 말한다.      


“갔다 와.”     


그럼,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말한다.      


“같이 가야지.”     


아니 왜? 자신의 부모님 집에 가는데 왜 혼자 못가? 왜 꼭 같이 가야 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이 일로 대판 싸운 적이 있다. 좀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도 아버님이 김치를 가져가라고 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혼자 갔다 오라고 했다. 애들 데리고 가라고, 갔다 오라고 했다. 사실, 나도 좀 서운한 게 있어서 일부러 그랬다. 그래서 애들 데리고 갔다 오라고 했다. 그런데 애들이, 내가 안 가니 자신들도 안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남편 혼자 시댁에 갔다.     


그날, 남편이 집에 돌아오더니 잔뜩 화를 냈다. 아버님이 ‘애들 보고 싶어서 오라고 하는 거지, 너네 보고 싶어서 오라고 하냐’라는 등의 잔소리를 하셨나 보다. 그래서 남편이 화가 난 거다. 난 어이가 없었다.     


그 얼마 전에 친정아버지가 전남에서 올라왔다.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남편은 집에 있었지만, 큰아버지나 고모들과 함께인 자리가 불편하다며 가지 않겠다고 했다. 한 번이 아니었다. 2~3번을 그렇게 가지 않았다. 난 그걸 다 받아주었다. 집에 있는데도 남편이 회사 출근했다며 핑계를 대주었다.(남편은 3교대 근무라서 핑계가 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래, 불편할 수 있지. 나도 큰아버지나 고모들이 불편하기도 한데 뭐.’라고 생각하면서 귀찮다고 생각하면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은 한 번을 가지고 버럭 화를 내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싸우기 싫으니 말이다.       

   

며칠이 지났다. 화가 나서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남편의 기분이 풀렸다. 그래서 기회를 살펴서 슬쩍 말을 꺼냈다. ‘나는 이러이러했다, 오빠는 이러이러했다. 생각을 해봐라.’ 그제야 남편이 이해를 한 눈치였다.    

      

왜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이 남의 상황과 같아지지 않으면 이해를 하지 못할까. 왜 ‘내’ 상황만 생각하고 ‘남’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는 걸까.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행동인가? 가지 않는 것을 이해해주면 안 되는 것인가? 혼자 가면 안 되는 것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다투고 난 뒤,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로는 이제 괜찮다.     



아니, 사실 아직도 남편은 혼자 가지 않는다. 혼자 가기 싫단다. 기껏해야 왕복 30분도 안 되는 거리를 혼자 가기 심심하다면서 같이 가자고 한다. 굳이 부모님 안 봐도 되니까, 주차장에서 기다려도 되니까 같이 가기만 하자고 한다. 에휴, 애도 아니고.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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