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루아 Jul 06. 2020

딸에게 미안한 세상

나의 일상, 나의 생각

딸에게 미안한 세상  

   


요즘 들려오는 뉴스들 중에 하나가 ‘N번방이 어쩌고’ 하는 뉴스다. 더불어 뉴스 중에 하루가 멀다 하고 꼭 하나씩 끼어서 들려오는 뉴스가 있다.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앙심을 품은 남자가 흉기를 들고 찾아가...’     


나는 가끔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요즘 같은 세상은 딸을 낳으면, 딸에게 너무 미안한 세상이야.”     


그렇지 않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뉴스들에는 여자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없게 하는 뉴스들이 허다하다. 물론, 너무 과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 뉴스들 속의 피해자들에게도 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일 때에 핸드폰을 쥐어 주었다. 그리고 위치가 문자 메시지로 자동 전송되는 부가서비스를 신청했다. 이 부가서비스는 스무 살이 넘은 현재까지도 사용 중이다.     


더불어 나는 딸에게 몇 가지를 당부했다. 학교가 끝나면 꼭 전화를 해서 통화를 하고 집에 오라고 했다.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가면 핸드폰은 항상 켜놔야 하고, 언제라도 전화를 했을 때에 받으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기로 약속한 시간은 꼭 지켜야 하고, 늦게 되면 꼭 전화를 해서 늦는다고 말해야 한다고도 했다.    

 

알고 있다, 내가 너무 심하다는 것. 하지만 딸이 돌아오겠다고 한 시간에 돌아오지 않으면, 그리고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으면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어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뉴스에서 나온 모든 나쁜 일들이 다 일어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불안에 떨기 시작한다. 어쩌면 너무 과한 걱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그런 걱정을 하게 만든다.           


딸에게 남자 친구가 생겨도 걱정이 된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남자 친구의 집 주소와 핸드폰 번호, 생년월일에 사진까지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도 마음은 불안하다. 이쯤 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인 걸까. 


    

가끔 딸이 ‘남자 친구가 이랬는데...’ 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면 귀를 쫑긋 세우고 유심히 들으려고 한다.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기 때문이다. 딸에게 위험할 것 같은지, 아닌지 알고 싶어서. 물론, 말 몇 마디로 위험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뉴스들을 항상 딸에게 들려주면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이런 일은 누구라도 생길 수 있고, 어떤 사람이라도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라면서 말이다.     


한편으로는 사람을 너무 의심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뉴스들을 접하고 나면 어쩔 수 없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어째서 남편은 시댁을 혼자 가지 않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