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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미 씨 Oct 19. 2017

어쩌면 나는 히키코모리가 되고 싶은지도 몰랐다.

그 놈의 '남의 눈'

가끔 술에 취해 피가 빨리 도는 것 같을 때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칼로 내 옆구리를 누가 찌른다면 평소보다 더 많은 피가 나올까?

그리고 나는 살고 싶다고 몇 초, 몇 분 만에 생각할 것인가. 

혹은 취기에 이대로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할까.


과거에 우울증세가 있었던 것도 맞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

내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는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그것도 매우 한심한 이유로.


남들이 봤을 땐 하등 아무 문제 없는 만남을 뒤로 하고 돌아오면서,

그런 끔찍한 상상을 해본다.


나는 왜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기를 했을까.

나는 왜 내 속에 있는 얘기를 다 까발기는가.

저 사람은 과연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저 사람은 나를 얼마나 우습게 봤을 것인가.


이런 정신머리로는 정말 세상 살기 쉽지 않다.

스스로 추켜세워도 모자를 판에-

힐난하고, 또 혐오하는 자를 자신으로 두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놈의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서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는 평범한 사람이 하지 않을 법한 이상한 짓을 할 때도 정말로 자유로운 적은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남의 눈’에 집착하므로 누군가와의 만남이라는 것은 항상 고되었다. 

맛있는 걸 먹고, 웃고 떠들고 해놓고 

헤어지고 오는 길 걸음걸음 나를 되새겨보며 징그러워했다. 

그러고 나면 하루이틀은 집에 틀어박혀 머리 속의 생각을 몰아내고 멍청해지기를 기다렸다. 


어느 날 술을 마시며 아버지가 그랬다. 

이 정도 됐으면 세상과 싸우는 스킬이 늘었을 법한데 너는 왜 계속 그러고 있냐고.

거기에 대고 나는 다 싫다고 했다. 

방어하고 공격하고 협조하고 하는 수많은 처세술이 지겹고 버겁고 싫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살면 히키코모리가 된다고 했다.

그래, 어쩌면 나는 히키코모리가 되고 싶은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나의 일부는 계속해서 나라는 인간을 생과 마주하도록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 살아오면서도 아직까지 살아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내가 너무 바보스러워서,

시간만 나면 숨어들 구석을 찾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나는 내게 더 모질게 구는지도 모른다. 정신차리라고. 니 자신을 좀 보라고. 


종종 이런 생각에 버거워하는 나라도 오래오래 멋지게 살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견고하고 훌륭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고도 말해줬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내 스스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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