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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쵬개 Jun 01. 2021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 비건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나의 엉망진창 채식 지향


비건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역시 넷플릭스에서 "자본주의 밥상" 봤을 때였다. 그때는  다큐를 보고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육식을 보기도 싫어졌다. 저게  몸에 그렇게나 좋지 않은 거였다니. 건강식인 줄 알았던 달걀과 우유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니. 게다가 환경파괴도 생각보다 아주 많이 하고 있었다니. 그때 나는 직접 발효시킨 요거트를 매일 즐겨먹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요거트는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을 먹었다.

아직까지 그 영향으로 우유랑 요거트는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고기의 냄새와, 회식과, 여행이라거나 놀러 간다거나 하면 무조건 고기가 들어가 있기 마련이고, 나도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결심은 몇 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의 생각을 고쳐 먹게 해 준  " 아무튼, 비건 "

나는 채식주의를 환경과 나의 건강 관점에서만 봤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살다가 죽어서 우리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던 동물들이, 가학적인 방식으로 키워지고, 죽임을 당해서 우리의 밥상 위에 올라가게 된 것이었다. 책을 읽고, 한참 생각에 잠겼었더랬다. 최근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플라스틱을  사용하거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자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고 있다. 물론 도움은 되겠지.




그런데 "시스파라시" 보고 다시 한번 머리가  해졌다.

플라스틱으로 죽어가는 동물들보다 상업적인 활동으로 인해, 그러니까 우리가 해산물이나 육류를 먹기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들이 몇 배(그러니까 10배 이상)가 많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시스파라시를 보기 이전에 여러 글이나 다큐를 보고, 그냥 인류가 빨리 망해야 지구가 빨리 낫겠구나 하고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터였는데 안 되겠다. 동물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포경산업을 취재하다가 시작된 다큐였다. 그 포경산업 때문에 불쌍하게 죽어 나가는 고래들도 너무 불쌍했는데 그것보다 몇 배나 되는 고래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상어들이나 돌고래나 고래나. 이유는 그보다 작은 생선을 잡다가. 그런 애들은 또 수산시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다에 버려지고 있었다. 진짜 개죽음을 당한 거다. 다른 애들을 잡다가. 근데 그런 애들이 한둘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그 종 자체가 10프로보다 적은 숫자까지 줄어들었다는 것이지.


이건 비단 바다뿐만이 아니라 육지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수컷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분쇄되어 버려지는 병아리라던지, 움직일 수도 없이 작은 사육장 속에서 분변들과 같이 키워지다가 1년이 채 안되어 고기가 되어 나오는 닭이나 돼지, 소라던가. (돼지는 우리가 반려동물로 사랑해 마지않는 개보다도 아이큐가 높다) 우리도 작은 공간에 갇혀있는 걸로 비인간적이라고 여기는데 동물이라고 다를까. 이제는 횟집 앞 수조에 갇힌 생선들을 보면 답답함이 차올라 지켜보기가 힘들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완전한 채식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맛을 알고 있고, 옆에서 먹고 있고, 나만 따로 다른 식단을 선택한다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게다가 꼭 옆에서 비웃는 말을 한마디씩 하는 인간들이 있다). 삼겹살 족발 보쌈 김치찌개 삼계탕 치킨 차돌 된장  이런 걸 끊는 것이 쉬운 일이던가. 맛을 몰랐으면 몰라도. 전보다 거부감이 들고 한번  생각하고 먹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에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더라.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채식을 지향한다고 말하면서도 고기를 완전히 끊지 못하는 엉망진창 채식 지향을 실천하고 있다. 혼자 살았으면  쉬웠으려나? 모르겠다. 이 의지박약 인간! 두번갈거 한번.. 세번갈거 한번.. 이렇게라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두유로 요구르트 만들어먹고(먹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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