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재밌겠다고요? 맞아요 재밌어요
어머니는 말하셨다
남동생이 아니었다면 너희들은 태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아니 남자가 뭐라고 그렇게 노력을 하셨을까. 이건 다 망할 남아선호 사상 때문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첫째인 아빠에게서 나온 아들을 얼마나 바라셨으면 엄마가 셋이나 낳았을까. 물론 엄마는 농담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그렇다고 진담이 아니지 않다는 건 안다. 흥.
아무튼 그래서 태어난 게
첫째 언니
둘째 나
막내 남동생이다.
우리 셋은 치고받고 난리부르스를 치며 싸울 만큼 싸우다가 성인이 되었고, 각자 대학 가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떨어져 살게 되어 ‘덜’ 싸우게 되긴 했다.
그러다 작년, 우리 셋은 서울에 모여 살기 시작하였다. 언니는 원래 서울에 살고 있었고 동생은 취업을 서울로 했고 나는 퇴사를 하고 서울에 살고 싶었다. 언니의 1.5룸에서 다 같이 지내다가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것 같아 쓰리룸의 빌라를 구해 셋이 살게 되는데...
셋이 살면 어때?
어른들 없이(성인이 되고 어른이라는 단어를 따로 구분하여 사용된다는 것은 흥미롭다) 우리 셋만 산다고 하면 다들 신기해하고 부러워한다. 재미있겠다고.
결론부터 말하면 재밌다.
같이 붙어살게 되면서 다시 많이 싸우게 되긴 했지만, 재밌다.
부모님은 알지 못하는 우리만의 (비밀) 생활이 있다.
주말이면 거의 파티 분위기가 되고, 주중에도 한 명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다 같이 한잔하기 시작한다.
가족이라 입맛이 맞다는 건 얼마나 편리하고도 즐거운 일인가.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끊길 틈이 없다.
그래서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사람은 누구나 끊기지 않는 이 흐름에 살쪄서 간다.
놀기 좋아하는 셋이 모이면 어떻게 되냐, 공용공간을 열심히 꾸민다. 술 진열대도 있고 화분도 있고 베란다는 카페처럼 꾸며져 있고 거실에는 보드게임부터 스위치, 옛날 오락기, 엑스박스에 스마트티브이까지. 마치 멀티방 같다. 누구는 사랑방 같다고도 하고.
이 일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셋이 사는 재밌는 이야기를 묵혀두기엔 아까웠다.
그래서 기록해보는 삼 남매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