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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덕 Jul 16. 2019

화를 낸다는 건 그릇이 작다는 것

항상 다짐하지만 큰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증명한다

올해 들어 좋은 일만 일어날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계속적인 악재들만 쌓이고 있는 나날들이다.

원래부터 마인드 자체가 부정적이기에 부정이 더해지면 쉽게 박살 나지만 어쨌든 하고자 하는 일은 일단 마무리는 진다. 사람들이 이런 나를 보고 마인드가 강한 것 같다고 하는데 나 자신을 판단하건대 '유리멘탈'과도 같다.

그런데 나름 신기한 건 멘탈이 부서질수록 포기하기보다는 뭔가 더 찾고, 하려고 한다. 멘탈이 정말 부서져 기계적인 활동일까? 심리상담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깊게 반성하면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올해 초 뇌종양 판정을 받고 심리적으로 가장 변화한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인간관계이며 나머지 하나는 화를 절제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대해선 다음에 말하기로 하고 화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화를 내면 머릿속에 열이 차오르는데 당연한 이치지만 전혀 이로운 점이 없다. 압력도 올라가게 되고 한번 올라간 압력은 쉽게 내려오지 않아 머릿속에 머물게 된다. 혈관 및 안구 쪽에도 대미지를 주게 되고 나이가 들수록 방어력은 낮아지니 좋은 것은 전혀 없다.

의학적인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화를 절제하기 위해 나 자신과 다짐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앞으로 최대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작디작은 내 그릇이 다짐만 한다고 큰 그릇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 목요일 갑자기 대형 고객처에서 임원과 담당인 나를 다급하게 본사로 오라고 전화가 왔다. 당연 느낌은 좋지 않았다. 역시나 공급하고 있는 물량 전체에 대한 계약 파기였다. 그것은 "우리 회사 전체 매출에 8분의 1에 해당하는 매출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당장 다음 달 초에 이사를 해야 하는데 아파트 준공승인이 나지 않아 대출하는데 막막한 상황이다. 이에 주말에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몸살인 것 같은 증상에 아침부터 상무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거냐고 닦달을 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급한 불은 끄고, 오늘 오전 11시 은행에 다시 전화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였다. 한숨이 절로 나오고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자기야, 오늘도 안된다는데 조금 답답하네", "그래? 이상하네? 내가 어제 전화했을 때는 상담받으러 오라고 했는데?" 기분이 상했다. 방금 전에 통화했는데 계속 왜 안되냐는 식으로 물어보고, 다른 사람들은 지금 은행에 가고 있다, 공지에 올라왔다 등 전화 잘못한 거 아니냐는 식이였다.

사실 좋게 말하고 끊었으면 좋았겠지만 작은 그릇이었던 나는 여러 악재 속에 깨지고 말았다. 그렇게 와이프에게 화를 내고 당연히 업무도 꼬이고 말았다.

오후 8시까지 효율이 떨어지는 서류 작업을 하고서야 회사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내 기준으로 하루를 망치는 일중에 가장 큰 것이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우자와의 갈등이다.

반성하면서 생각건대 이런 악재 속에서 바람을 쐬면서 조금이라도 뒤를 돌아봤다면 사소한 이런 일로 와이프의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매일 살을 맞대며 붙어있지만 감정이 상하게 되면 미묘한 그런 기류가 남아있게 된다.

주변에 가끔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매사에 완곡하게 풀어나가는 분들이 있다. 어려움이 닥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런 것도 다 경험이다" 등 사실 나는 모든 발전은 부정에서 온다고 믿고 있는 한 명으로 긍정적이지 않다고 비난하진 않는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동경한다.

오늘 내가 마음을 조금 비우고 와이프를 대했다면 하루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단시간에 작은 그릇이 큰 그릇이 되기 힘들거나 딱딱하게 굳은 접시이기에 평생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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