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 하자의 경계에서
신축아파트는 정말 '새집'일까?
통상적으로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고, 한 번도 입주를 하지 않았다, 거주를 하지 않았다(입주를 처음 한다) 면 신축아파트라고 한다. 기존에 거주를 했고, 연식이 지난 아파트들은 구축아파트라고 한다.
“신축”이라는 말에 속지 말자.
입주는 처음이지만, 2년간 수많은 인부와 자재가 드나든 ‘사용된 공간’이다.
신축아파트는 단지 거주하지 않았을 뿐, 2년 동안 인부들이 드나들며 수많은 공정을 거쳤고 먼지는 수북이 쌓인다. 복잡한 내부공사들은 순서가 있을지언데, 공정들이 겹치며 서로 훼손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놓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두 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현장은 늘 완벽하지 않다.
예를 들어 1층 1호에 자재를 적치해 두고 인부들이 왔다 갔다 거리면서 자재를 나르며 현관디딤돌이 깨지는 경우, 알파룸 문이 불량이라 교체하다 마룻바닥이 찍히는 경우 등 다양한 하자들이 있다. 신축아파트에 설치된 변기는 입주 후 보양지를 제거하고 사용하라고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어떤 인부가 급하면 변기를 안 쓸 수가 있을까? 보양지 제거하기 전에도 변기사용흔적은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옵션으로 가전제품이 들어가는 경우에도 공사 중 집안(내부)으로 들어가야 하니 최신품은 들어갈 수가 없을 것이다. 정확히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진 않았지만, 옵션 에어컨의 경우 시행사에서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일러 역시 마찬가지로 난방이 되는지 체크가 필요하다. 에어컨, 보일러 작동확인으로 생긴 흔적 등등 신축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민망한 현실을 나는 늘 마주한다.
그래서 신축 입주 초기에는 입주민도, 건설사도 나 같은 인테리어 업체도 모두 정신이 없다. 그렇게 먼지 쌓여있는 신축아파트는 그래도, 아직 한 번도 거주하며 사용하지 않은 것이니 새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새 물건은 없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새 아파트는 거주하지 않은 새것 같은 헌 집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헌 집에 타일 깨짐 하자가 없는 집은 없다. 지금까지 단 한집도 보지 못했다.
이전에는 이런 타일의 모양정도는 하자라고 하지 않고 줄눈으로 커버를 해달라는 요청이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10여 년 전만 해도 '건설사의 타일 하자를 줄눈 하며 커버했다. 줄눈 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고객들은 타일의 깨짐의 정도를 집중하기보다는 줄눈으로 예뻐진 화장실에 더 집중했고, 열광했다. 저렴한 금액으로 인테리어 효과까지 볼 수 있는 줄눈시공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예뻐서,
줄눈시공은 필수로 해야 하는 인테리어 공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예쁘기도 하지만 내 마음에 쏙 들어야 하고 기능도 좋아야 하는데 완벽해야 한다.
타일 하자, 어디까지가 건설사 책임인가?
건설사와 줄눈쟁이 그리고 고객의 사이에서 좁혀지지 않는 타일 하자. 이것이 문제로다.
요즘 고객들은 타일이 금이 가서 못쓰는 경우가 아니라, 작은 모서리 깨짐에도 예민하고 타일을 교체하려고 한다. 새것은 손상되지 않은 완벽한 것이어야 하니까! 그들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타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라인더로 모양을 자르는 경우 이가 나가는 경우, 모서리들이 파손되어 있거나 작게 깨져있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실제로 미세한 깨짐, 모서리 나감, 긁힘, 그라인더 자국, 비정형 타일단차 등의 다양한 타일 하자가 있다. 자연스럽게 줄눈시공 전후로 타일의 깨짐의 원인과 시점이 애매한 경우가 생겨났고, 누구의 잘못인가를 확인해야만 했다.
신축아파트의 타일 A/S 기간은 통상 2년이다. 문제는, 타일 A/S로 인해 손상된 줄눈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이다. 줄눈업체들은 업체잘못은 없기 때문에 출장비나 as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건설사에 청구, 건설사는 비용처리를 해줘야 하는 상황들이 왕왕 생겨났다. 이때, 누구의 잘못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왜? 무상처리인가 유상처리인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타일 as 뿐 아니라 인테리어 비용까지 변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업체는 본의 아니게 재방문으로 as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고객은 먼지날림, 타일 경화시간에 따른 물사용이나 보행이 금지되면서 서로 불편한 인들이 빈번해지고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시공자는 증거를 남겨야 한다
나는 줄눈업체이니, 이런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타일파손에 대한 사진을 찍는다. 고객에게 사전고지를 하며,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분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늘 고객들에게 살면서 생길 수 있는 스크래치, 그라인더로 이가 나난 경우, 아주 작은 깨짐 정도는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줄눈시공을 들어가는 것이 어떤지 물어본다. 교체를 하다가 또 다른 하자를 만들기도 하고, 구배가 잘 맞는 화장실을 모서리 깨짐으로 교체하는 바람에 구배가 안 맞아서 다시 전체적으로 타일을 교체하는 경우 등 다양한 손실이 있는 상황들이 있다. 타일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타일을 부시고, 안에 있는 본드를 갈아서 다시 구배를 맞춰 타일을 껴 맞춰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먼지도 상당하며 경화시간도 24시간이기에 입주 후에 as처리는 모두가 불편하다. 단, 살면서 점점 커질 것 같은 하자, 혹은 물이 계속 고이는 등의 살면서 불편이 더 생겨날 수 있는 경우에는 줄눈시공을 했다고 하더라도 타일을 교체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남기는 일이 수월한 작업은 아니다. 일하다 중간에 계속 사진을 찍으면 업무가 지체되고, 흐름까지 끊기도 하면서 피곤한 작업이기도 하다. 고객에게 사진을 전송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점점 스마트해져 가는 고객과, 과도한 인터넷의 전문가들과, 단톡등의 커뮤니티를 악용하여 협박하는 고객까지 다양하다.
하자인가 아닌가, 정답은 없다
첫 번째 사진은 잘 보면 모서리가 대각선으로 되어있다. 정십자모양이 정상인데 타일의 모양이 살짝 어긋나 있다. 매지제거를 하는데 순간 보고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타일이 이상하지만 개인적으로 깨짐 하자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타일을 교체해야 하는 걸까? 보기에 너무 심각하게 거슬리는 정도가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니, 이것을 하자라고 고지해야 하는 걸까?
두 번째 사진 역시 타일 테두리가 오돌톨톨 그라인더로 잘려나가 있다. 물론 깔끔하게 잘려나가면 너무 좋겠지만 타일의 면의 따라서 아닌 경우도 많이 있기에 이렇게 동글동글 굴곡된 모양으로 되어있다.
두 경우 모두 줄눈시공을 하기 위한 메지작업을 할 때 타일의 손상이 아니다. 건설사하자로 봐야 한다. 교체라는 선택은 고객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100명이라면 100가지의 성향의 고객들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줄눈시공을 잘해놨다고 한들, 이것이 줄눈업체의 실수라고 우기면 우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건설사 타일교체하시는 분들은 깨짐은 무조건 우리가 했다고 하는 것도 문제다.
고객은 타일 하자 어디까지 교체를 해야 할까?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같은 타일을 보고도 누구는 괜찮다 하고, 누구는 교체하라 한다.
정답은 없지만, 건설사는 "줄눈업체 탓", 고객은 "건설사나 줄눈업체 중 누가 책임져야 하냐" 혼란스럽다
정답은 없지만, 책임을 줄이려면 기록밖에 없다.
아직도 정신없이 바쁘게 현장을 다니다 보면 깜박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내가 실수한 것 아니라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못 만든 내가 잘못한 것이니...
그래, 그러려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내 속이 덜 상한다.
줄눈쟁이의 진짜 일은 줄눈만이 아니다
"기술만 있다고 끝이 아니다."
기술은 기본 중에 기본이며, 영업과 마케팅, 그리고 고객응대, cs까지
1대 1의 서비스가 아닌 1대 가족응대
커뮤니티, 단톡방, 인터넷 정보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술직이다.
완벽한 시공에도 누군가에게는 불만이 될 수 있다.
사진을 못 남기는 날은 나도 사람이라서 그렇다.
타일 하자는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고객도 더 많이 디테일해질 것이고, 건설사도 더 똑똑해질 것이다.
나는 그 경계에서 줄눈쟁이로 오늘도 치열하고 '설명'하고 '기록'한다.
내가 만든 줄눈이 '오해'받지 않도록,
내 기술이 헛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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