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김밥집에서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친구가 이미 알바를 하고 있었고 주말에 손님이 많아 친구의 추천으로 내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루 8시간 일하고 3만 원 정도를 받았던 것 같은데 정확한 시급은 기억나지 않는다.
식당마다 테이블에는 번호가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김밥집은 4번 테이블도 없었고, 수저젓가락을 휴지에 돌돌 말아 한 세트씩 정리를 했다. 단무지 3-4개를 작은 접시에 담기, 음식이 나오면 깨를 뿌리거나 파슬리가루를 뿌리는 것. 물통에 정수기물을 채워두는 것 등 소소한 일들도 알바들의 몫이었다. 서빙을 하면서 틈틈이 두루두루 살펴보며 일을 해야 했다. 테이블 사이를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손님이 오시면 '어서 오세요!', 가실 때는 '안녕히 가세요!'라는 친절한 인사를 잊지 않아야 했다.
그 당시에는 브레이크타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정신없는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우르르 왔다가 빠져나가면 아주 잠깐이지만 한적한 시간이 온다. 그러면 주방이모가 좋아하는 메뉴 1개를 만들어주셨는데 끝테이블에 앉아 교대로 먹었던 못난이김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김밥은 언제 먹어도 늘 맛있다.
첫날 익숙하지도 않았던 알바를 마치니 다리가 부서질 것 같이 정말 힘이 들었다. 집에 가는 길에 마을버스를 탔는데 다리가 너무 아파 의자에 앉고 싶었으나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서 결국 자리가 나지 않아 계속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집에 가 팅팅 부은 다리를 붙잡고 끙끙 앓으며 다음날 알바는 어떻게 가나 걱정했었다.
주말이 이렇게 길었나? 그전엔 주말이 그리 짧게만 느껴지더니 일요일 아침에는 온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그래도 일하다 중간에 먹는 김밥은 역시나 최고로 맛있었다. 솔솔 나는 참기름 냄새는 늘 나를 배고픈 아르바이트생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두 번째 날은 걸을 수가 없었고, 도저히 버스를 서서 타고 집에까지 갈 용기가 안 났다. 그래도 그렇지 힘들게 번 돈이었는데 무슨 생각에 택시를 탔는지 모른다. 그리고 난 세상모르고 잠들었다.
대학로에서 동대문까지 지금도 차가 늘 막히는 구간이다. 내가 얼마큼 잠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잤다. 자다가 놀래서 눈을 떠보니 목적지까지 도착은 하지도 못했고 택시비는 17000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너무 놀래서 눈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헉!' 소리도 못 내고 바로 택시에서 내렸다. 아르바이트비 반틈이상을 택시비로 내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돈 벌기가 이리 힘들구나. 돈 쓰는 건 또 이리 쉽네 싶어.
'그 돈이면 롯데리아 햄버거를 몇 개나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며 속이 탔다. 아후~ 그 어린 맘에 택시아저씨가 얼마나 야속하던지, 어린 학생이 자고 있으면 깨워주지 걸어가도 벌써 도착했을 텐데 싶었다.
나의 첫 알바 추억은 지금도 떠올리면 웃프다.
돈의 소중함을 배우게 되었던 내 첫 아르바이트는, 단순히 일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첫걸음이었다.
그래도 그때 먹었던 못난이 김밥과 샐러드 김밥은 가끔 생각날 정도로 꿀맛이었다.
언제나 먹어도 맛있는 김밥은 정말 대단한 음식인 것 같다.
정말 김밥을 처음 만든 사람은 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