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쇼핑
인도를 한 달간 여행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책이 있었다.
그 책은 내가 여행 중일 때 발간되었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구석에 자리를 잡고 그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책 속 이야기는 버스를 개조해 세계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사진은 사진작가였던 그녀의 남편이 촬영했고, 메이크업은 그녀가 직접 담당했다. 버스로 이동을 하면서 중국을 횡단해서 유럽 쪽으로 이동을 했는데,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특히 중국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인도에서 고산병과 산사태로 고생한 경험과 오버랩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하다가 결국 구석에 앉아 같이 울면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 제목은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지만, 그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시꺼멓게 그을린 얼굴에 인도 스타일 바지를 걸친 나를 본 지인은 '딱 그지꼴이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에 앉아, 온전히 나로서 인도 여행 직후에 읽었던 그 여행 에세이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처음으로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던 것 같다.
필름 사진을 인화하고 한 개씩 스캔해서 그곳이 어디였고, 그곳에서 무엇을 했으며,
그곳에서 느꼈던 그런 감정들을 싸이월드에 고스란히 여행 동선에 맞춰 적어놨었다.
아쉽지만 그 사이트는 지금 열어볼 수 없지만 말이다.
한동안은 책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 감동을 또 느껴볼 수가 없어서 한 번씩 아쉽다.
지금도 짬이 나면 나는 서점으로 간다. 그냥 서점쇼핑이 좋다.
여기저기 둘러보려 책도 구경하고 펜도 사고 노트도 구입한다.
특히 제목이 마음에 들거나, 표지가 예쁘거나 하면 구입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나 영화가 책으로 나와있으면 구입해서 쟁여두곤 한다.
지금 하는 일은 차로 이동이 많아서 종이책을 시간 내서 보기는 어렵기에, 오디오북을 즐겨 듣곤 하는데,
책장에 쌓이는 책을 보면 내가 풀어야 할 수학 문제집들이 쌓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젠가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작은 예쁜 집을 짓고 싶다.
거실은 통창으로 벽난로가 있으면 좋겠고
마당에는 시야가 탁 트여있었으면 좋겠다.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그곳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쟁여둔 책을 하나하나 읽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지금은 읽을 수 없더라도 언젠가 그 순간이 오면 읽으리라 다짐하며,
한 권 한 권 의미를 담아 조심스레 쌓아둔다.
언젠가 내가 그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나는 조금 더 힘을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