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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디프로필 촬영으로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바디프로필 촬영 후기 두 번째

by 이원희

무사히 2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식단관리를 잘한 덕에 몸무게와 체지방은 줄고 근육도 생기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고생한 거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관리를 할 수 있게 쌤은 계속 날 푸시했다. 사악한 음식들과는 거리두리를 잘 지키고 있었고, 식단 또한 흐트러지지 않게 단백질과 탄수화물 양도 잘 지켰다. 특히 단것은 단 한 번도 입에 넣지 않았다. 특히 철저하게 금주한 나를 쌤은 칭찬하셨다.


'배가 고프면 신경질을 내는 회원들도 있는데 신경질 한번 안 내고 운동을 1분도 놓치지 않고 대단해요.'


쌤은 나에게 '엄지 척!'을 들어 보여주시며 마지막 지옥의 주간 7일이면 끝난다고 초콜릿 먹을 수 있다고 계속 암시를 주셨다. 나는 매일 배고픔을 참는 것보다 움직일 때마다 아픈 내 배와 뼈마디들이 후들거리는 것이 더 힘들었다. 매일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무조건 해야 한다. 무조건'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지옥의 주간 촬영 7일 전

철저하게 식단 및 수분을 조절해야 했다. 먹는 양을 줄이면서도 매일 2시간씩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량을 늘려서 계속해야 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누워서 다리를 올리고 내리고 3세트. 윗몸일으키기 3 세트등 유산소운동 외 근력운동을 추가했다.


나의 7일 동안의 식단이다.


촬영 7일 전 고구마 또는 단호박 100그람, 닭가슴살 100그람, 오이 반 개, 방울토마토 10개

촬영 6일 전 식단 동일

촬영 5일 전 식단 동일, 야채와 염분 금지. 옥수수수염차 4리터.

촬영 4일 전 단호박 50그람으로 줄이고, 닭가슴살 100그람, 야채와 염분 금지, 물 3리터

촬영 3일 전 음식은 동일 물 2리터

촬영 2일 전 음식은 동일 물 1리터

촬영 1일 전 음식 없음, 물 800ml 다 먹고 오후부터 촬영 직전까지 단수, 저녁에 사우나에서 땀 빼면서 몸에 있는 모든 수분 빼기.


나는 이식단을 칼같이 지켰다. 식단 외 그 어떤 음식도 입을 통과하지 않았다.


흐르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촬영날이 다가왔다. 나의 체지방은 6%로 운동선수들보다 낮았고, 몸무게는 총 8 킬로그램을 빼서 42킬로를 만들었다.



다이어트도시락, 마지막날몸무게. 보정없는 나의 복근


사악한 도시락과 현미밥, 닭가슴살, 야채로 이루어진 다이어트 도시락이 담겨있는 첫 번째 사진.


매일 같이 밥을 배달시켜 먹다가 도시락을 먹자고 하는 것만으로도 미안했기에,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나는 햄과 볶음김치의 맛있는 냄새를 견뎌야만 했다. '간이 들어간 거 먹고 싶을 텐데, 저만 먹어서 죄송해요. 근데 너무 맛있어요.' 오히려 다이어트에 열의를 태우고 있는 내가 먹고 싶을까 봐 같이 먹는 것조차 미안해했다. '먹는 것은 내가 욕심 내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나중에 또 먹을 수 있으니까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는 거다. 내가 지금 먹는 것이 최고의 만찬이다.' 라며 주문을 외우며 나의 도시락을 먹었다.

세상에서 맛있는 거 찾아 먹으러 가는 걸 제일 좋아하는 내가, 먹는 것을 안 먹으며 견뎌냈다는 건 대단하다고 스스로 칭찬할 수 있을 만한 일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촬영 1일 전 나의 몸무게를 담은 두 번째 사진이다. 누군가 몸무게를 보고 마른 것이 상상이 안되었는데 언니 보니 연예인들이 이리 말랐겠구나 싶다라며 감탄을 했다. 내가 봐도 뼈만 남겼다.


쌤이 물을 4리터 마셔야 한다고 했을 때는 하루에 이 많은 물을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다 마셨고,

마지막날은 800ml만 먹어야 한다고 하니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수분을 모두 빼야 해서 마지막날 사우나를 갔다. 쌤은 혹시나 어지러우면 밖으로 나와서 쉬어야 한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왕 하는 거 끝까지 해야지 싶어서 수분을 600그람 더 빼야겠다 생각하고 나섰다. 땀이 비 오듯 솟는다. 2번 정도 하니까 200그람이 빠졌다. 2-3번만 더 하면 되겠다 싶어서 3번째 들어갔는데 갑자기 어지러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머리가 띵하고 뒷목을 누가 당기는 것 같이 아프고 눈앞이 잘 안 보여 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가 걸었는지도 모르게 밖으로 나가 쓰러졌다. 아주머니들이 웅성웅성 내 주위로 모였다.


'술 먹은 거 아니야? 체한 거 아니야?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무슨 일이냐고 괜찮은지 물으며 계속 날 흔들었다. '그냥.. 체한 것.. 같아요.. ' 그 찰나의 순간에도 다이어트를 한다는 말을 하면 등짝 스메싱이라도 맞을 것 같아서 둘러대고 앉았다.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정신이 안 차려졌다. 진짜 119 실려가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맘 좋으신 아주머니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따자, 매실이라도 먹이자 그러시면서 매실차를 따뜻하게 주셨지만. 난 그것 조차도 먹을 수가 없어서 먹는 척만 했다. 그렇게 사우나에서 죽은 듯이 1시간을 넘게 쓰러져 자고 일어났었다.


나는 바디프로필 촬영으로 다이어트를 하면서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보정 없는 나의 왕자가 있는 세 번째 사진은 보기만 해도 내가 그동안 운동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평생 운동이라고는 담쌓고 있었던 나였던 터라, 왕자가 안 나올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나의 복근의 모양은 예쁘게 만족스럽게 잘 나왔다.


배의 왕자를 만들려고 열심히 땀 흘렸다. 잘빠진 배를 보고 나는 뿌듯하고 또 뿌듯했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이제 나의 배의 왕자모양까지 모든 촬영 준비가 다 되었다.


드디어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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