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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의 무게가 당신의 인생의 무게야

지금 내 가방에 있는 물건들은?

by 이원희

지방을 자주 다니는 내 차는 작은 이동식 집이다.

필요한 물건은 뭐든 손이 닿는 곳에 있다.

어쩌면 내 가방과 차 안은 내가 짊어진 인생의 축소판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딱! 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차 안에 뭐든 척척! 꺼내서

이곳이 내 집인 것처럼 편하게 뭐든지 할 수 있도록 웬만한 것은 다 들고 다닌다.

물건을 구입할 때도 차 안에 집에 둘 것을 염두에 두고 2,3개씩 대량구매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오랜만에 가방을 열어 찬찬히 정리하며 들여다보니

'혹시 뭔가 놓치는 게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준비물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혼이 날까 봐 무서웠거나,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해 칠칠맞다고 혼이 났던 일들이 있었나?

무의식 중에 그런 기억들이 나를 무겁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불필요한 것 같은 물건들도 참 많이 들고 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정돈의 문제인 건가? 버릴 건 버리고, 정리하자 싶어 다시 꼭 필요한 것을 추려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핸드폰, 비상약과 지갑, 언제 또 메모를 하고 싶을지 모르니까 펜이랑 포스티잇을

모두 챙겨 다시 가방에 넣었다.


언젠가 여행 중 만났던 외국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방의 무게가 당신의 인생의 무게야." 나의 인생의 무게는 그래서 늘 무거웠던 걸까?


가방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고도 버리지 못한 것들을 보며 깨달았다.

내 가방의 무게는 내 삶이 품고 있는 책임과 추억, 그리고 내가 아직 놓지 못한 것들의 무게인 거다.


그래, 이대로가 편하니까,

그냥 이 무거움을 기꺼이 감당하며 묵직하게 살자.

어차피 이 짐 덕분에 나는 나로 살아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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