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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그리고 이혼 ing

Dear. 이혼을 앞둔 이들에게

by 이원희 Jan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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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기가 찬 사람들에게 던져지는 뻔한 질문들

"결혼 안 하냐"

"아기를 낳을 거면 빨리 결혼해야지" 이 말들은 때론 칼처럼 다가온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사람들은 본질적인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해야 할 일' 혹은 '인생의 순서'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다.


이혼이나 결혼 같은 큰 사건에 매몰되어 자기감정의 진짜 목소리를 무시하거나 묻어버리곤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제도나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것인데, 그게 참으로 어렵다.

특히 사회적 기대나 관계 안에서의 의무감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결혼서약조차도 진지하게 나와 상대방의 관계를 돌아보며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의식처럼 치러지고 마는 경우가 많고, 이혼도 비슷한 맥락에서 쉽게 언급되고 실행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혼도 흔한 시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돌아보게 된다. 아마도 사랑과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이해보다는, 제도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싸우는 과정에서도 "그냥 끝내자", "이혼하자" 같은 말이 쉽게 나오는 이유도, 그 제도적 관념이 너무 익숙해서 관계의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게 아닐까?


결혼은 가족과 사회 앞에서 맺는 약속인 동시에 나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의 다짐이 돼야 한다. 이혼은 단순히 관계를 끝내는 절차가 아니라 두 사람이 진지하게 관계를 성찰하고 선택을 내리는 과정 이어야 한다. 결국 결혼은 함께 동행하며 나를 잃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며 확장하는 과정을 겪어야 진정한 부부로의 인연으로 백년해로 하는 것이다.


나는 결혼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솔직했고, 내 삶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했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주변의 기대로 휩쓸리듯이 혼기가 차게 되면서 결혼을 하게 되었고 나는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았었구나.


이혼을 하면서 고통, 자책의 과정을 겪었다. 스스로를 성찰을 하고 나를 찾으며 확장하는 과정을 이혼을 통해 겪었다 생각한다. 이혼은 나에게 선물같이 온 것이 아닐까.






이혼을 하면서 말로는,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모든 상황을 장황하고도 디테일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절제된 나의 감정과 일련의 일들을 나열하면서

나에게 생각의 틈을 주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이혼하면 끝이라 생각했었지만 아이들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었고

'애들은 크면 아빠 찾아간다'라는 말도 수도 없이 들어왔기에,

혹여나 아빠를 찾아가더라도 나의 마음이 동요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계속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조금은 이기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온전히 나를 찾기 위한 것만 생각하고,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는 생각만을 하며 고군분투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힘들었다. 그저 한마디로, 아주 많이.


처음엔 사랑의 배신과 우정의 배신 때문이라 생각했었고

복수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벌하리라!

'벌할 수 있다. 그리하면 나는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라고 다독였다.


그런데 지나 보니 힘든 것은

사랑의 배신도 우정의 배신도 아니었다.


중심 없이 흔들리는

갈곳 없이 방황하는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없어

멈춰버린 그림처럼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니라

숨쉬기에 어쩔 수 없이 살아지는, 내가 없는 삶을 살았다.

나 자신이 없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끝이라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혼은 완전한 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혼은 또 다른 이혼생활의 시작을 의미한다.

분명히 남남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남남 같지 않은 상황은 아이들 때문일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케어할 것이고

아이들 역시 나름대로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것이다.

주양육자는 되지 못할지언정 '부'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해주길 바랄 뿐이다.


나는 열심히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나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것이다.

이왕 시작된 이혼생활은 나를 위해, 우리 가족 위해 이전의 결혼생활보다

훨씬 더 나은 삶으로 꾸려나갈 것이다.





Dear.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저는 무한긍정을 뿜어내고, 소리 내어 거침없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나이스 이혼. 땡큐 상간년이라 외치고, 당당하고 멋지게 사랑받으며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 깊은 곳에서는 실패의 씁쓸함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상처만 가득 주는 못난 엄마이자

부모님께 실패한 가정으로 인한 실망을 안겨드린 못난 딸이라는 생각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나도 잘난 남편 만나서 오전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친구들과 햇살 좋은 카페에 앉아 브런치를 하며

여유 있게 수다를 떨면서 아이들 교육에 열성을 다하는 엄마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휴가 때며 아이들 방학 때면 꼬박꼬박 여행을 가며 집에서 살림하고 음식 하면서

평범하고도 정상적이고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가정을 이루고 싶었고,

그런 삶들이 부러웠나 봅니다.


내가 편하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내 옆에 잘난 남편이 없어서 인 것 같아서 원망스러웠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답답하게 풀려가는 것 같으니 내가 이혼을 해서 그런가 싶어 스스로 자책을 했습니다.

왜 나는 혼자서 힘들게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 힘들다는 생각에 우울했습니다.

내 주변에는 나를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만 있고, 내가 기댈 곳은 없는 것만 같았어요,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자 안 좋은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진심인 걸까? 아닌 것 같았어요.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내 어깨에 짐들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무거워져 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평생 가벼워질 수 없다고 생각이 들자 힘든 마음에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너무 힘들고, 화가 나기도 했으며, 우울하고 자괴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우울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삶을 글로 쓰고, 나의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그것이 좀 두렵기도 했고, 불안하기도 했니다.


성찰의 과정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는 불안하고 우울할까?

아직도 나에게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가?

나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보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건가?

진짜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나의 삶은 무엇인 건가?

이 글 또한 한 톨의 거짓 없이 나의 마음으로 쓰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이혼 그리고 이혼 ing'를 연재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자격지심 덩어리라는 것을요.

그것이 나의 감정이 맞는 건지 알아차리기까지, 인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 지금 나의 곁을 함께 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가 번개처럼 들렸습니다.

계속되는 지친 현실에 저는 힘에 부치고 있었나 봅니다.

그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신경질을 내고 더 많이 나를 알아달라고 떼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기댈 곳을 찾아 기대고 있다가, 그가 기대에 못 미치자 신경질이 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신경질을 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당연히 내가 지친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데 나를 왜 이렇게 짜증 나게 하는 거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당연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반복되는 오류가 입력되자, 찬물에 세수를 하는 것처럼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나에게 반복되는 행동과 감정들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내가 더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가족들과, 그에게 조금 더 의식적으로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자 현재의 고민보다는 우리의 웃음소리가 더 소중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막내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이, 엄마의 밝은 목소리가, 즐거운 우리의 식사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이혼은 나를 흔들었지만, 동시에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매일 우울하고, 행복하고를 반복합니다.

앞으로도 흔들릴 테지만, 나는 매일 나를 찾고, 사랑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성찰의 과정을 겪으며 매일 오르락내리락 감정의 기복을 가지고 있다가도

다시 저의 자리로 돌아와 웃을 것입니다.

이혼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죽을 것 같아서 선택했지만 후회스럽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면서 이해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혼은 나를 힘들게 했지만 나를 돌아보게 해 주었고,

좀 더 깊이 있는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시작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같지만

결혼, 이혼 모두 내가 선택했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지금도 노력합니다.


나의 자격지심과 우울감이 나타나는 날보다

행복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더 많아 지길 저도 바랍니다.


지금 저의 감정은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혼을 앞두고 계신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이혼을 하고 안 하고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늘 살면서도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우선순위는 나 스스로의 행복이니까요.


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꼭 피어나는 법이니까요 :)

우리 활짝 피어나요!



P.S.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말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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