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상이 일탈이 되어버린 요즘

그리운 향기

by 유프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이번에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듯하다. 작년에 누가 이런 전염병이 돌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까. 확진된 분들이나 격리된 분들, 진료와 치료를 하시는 분, 마스크나 각종 위생용품 공급 등으로 직접적으로 고생하시고 사업이 어려워진 분들에 비하면 내가 겪는 불편함은 일도 아니다.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늘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이 일탈이 되고 있다. 최근 달라진 나의 일상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1. 늘어난 개인 시간

회의나 회식이 다 취소되며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개인적인 모임들도 자제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무언가에 집중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하지만 개학 연기로 조카가 집에 자주 오고 있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2. 달라진 업무환경

사태가 계속 심각해지는 데 무언가라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은 있었지만 보수적인 회사라 전쟁 나도 출근할 줄 알았다. 개학도 연기되고 회사 주변에서도, 거래처 회사에서도 자가 격리하는 분들이 발생했다.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았는데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더니 창사 이래 최초로 재택근무까지 시행하고 있다. 당연히 회식도 회의 개최도 하지 않은지 오래다. 해외회의도 컨퍼런스도 다 취소됐고 컨퍼런스 콜로 대체했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전화로만 할 것 같고 하반기 회의도 불투명하다.


3. 식단 변화

배달음식이 뜬다고 하지만 나는 원래도 평소에 외식을 많이 했고 요즘은 약 먹느라 못 먹는 음식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집밥을 먹고 이것저것 새로운 요리도 해보고 있다.


4. 휴가

작년부터 예약해둔 유럽여행은 취소했다. 조금 지나면 상황이 나아지겠거니 기대했는데 유럽으로 더 퍼지게 될 줄이야.. 위약금이 크지는 않았지만 취소 비용보다 위험을 감수하고 가는 것의 기회비용이 더 크게 느껴졌다. 여행 갔다가 되려 걸려올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나와 접촉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다녀와서 격리기간도 개인 휴가를 써야 하고, 격리되는 동안 지낼 곳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즐거워야 할 여행이 다니는 내내 불편함을 줄 것만 같았다.


5. 개인 약속

결혼식을 앞둔 친구들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내 친구 결혼식 바로 전 주에 하는 팀은 취소했다고 한다. 청첩장 주는 모임도 못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려고 했던 친구들도 급하게 만날 이유는 없으니 무기한 지켜보고 있다. 카톡이나 온라인 상의 연락이 더 활발해진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1년 넘게 냉담 중인 성당에 올해부터 다시나 가려고 했었는데 미루다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전혀 몰랐다.


sean-o-KMn4VEeEPR8-unsplash.jpg


우리는 어떤 일이 끝나면 쉽게 잊고 예전으로 돌아가기 쉽다. 언제 끝날지 알 수는 없지만, 끝나더라도 아래 4가지는 잊지 말고 지키고 싶다.


1. 개인위생을 신경 쓰자

손을 자주 닦고 손으로 자주 만지는 것도 정기적으로 닦자. 손 닦을 때는 많이 들었겠지만 30초 이상 닦자. 30초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손을 닦는 동안 생일 축하노래를 두 번 반복하면 된다. 천주교인라면 주모경을 외우면 30초 정도 된다. 개인적으로 이전보다 자주 신용카드와 핸드폰, 마우스 등 손으로 여러 번 만지게 되는 것들도 닦고 있다. 손 닦기는 나와 내 주변 사람을 지키는 가장 쉬운 일이다. 악수하는 상대방, 내 카드나 삼성 페이 결제로 핸드폰을 만지는 직원 등 누구와 어떻게든 접촉할 수 있다. 올해만 자주 닦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잘 지켜야 할 일이다.


2. 면역력을 높이자

원래도 거의 매일 운동하고 있었지만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심장암은 없다. 따뜻한 곳은 병이 잘 생기지 않는다. 내가 꾸준히 달리기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이 따뜻함을 느낄 정도로 몸을 움직이자. 그리고 몸에 좋은 음식과 차를 평소에도 잘 챙겨 먹자. 무엇을 먹는가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의 원인도 음식 때문이 아닌가? 개인적인 뇌피셜이지만 똑같이 인구도 많고 위생이 좋게 여겨지지 않는 인도에서 시작된 병은 없다.(인종차별이나 나라 차별 의도는 없다.) 카레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들었지만, 거의 음식을 익혀먹고, 동물성 단백질은 가금류 정도로 자주 섭취하지 않는 데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식재료를 개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평소에도 면역력을 높여주는 음식이나 차를 일주일에 몇 회 이상 정하고 지켜먹는 것이 좋겠다.


3.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자

친구와 카페 가는 일, 아이들과 밖에 놀러 나가는 일, 업무상 대면회의를 하는 것도 일탈이 되어버렸다. 요즘 업무적으로 회의를 개최한다고 해도 외부 회의 참석이 아예 불가능한 회사도 많다. 올해부터 감사일기를 쓰고는 있지만 정말 당연한 것은 없음을 다시 기억하고 작은 것이라도 감사히 소중히 여기며 지내고 싶다. 지금도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4. 위기와 기회는 붙어있음을 생각하자

좋은 시절이어도 언제든 위기가 올 수 있고, 좋지 않은 시기라도 다시 회복함을 생각하자. 2008년 이후 10년 경제위기설이 돌다가 2020년 초까지 대부분 방심하고 있었을 것 같다. 지금도 나중에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알 수없지만 당분간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위기를 미리 준비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너무 자포자기하지 말고 위기를 대비하자. 그리고 잘 이겨낸 뒤라도 위기는 언제나 올 수 있음을 생각하고 대비하자.


사람들을 만나고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립다. 못하게 되니까 소중함이 더 느껴지곤 한다. 영원한 것은 절대 없고, 모든 일에는 끝이 있으니 직간접적으로 불편한 시간을 함께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구나 비밀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