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거기서 나와..?
더 환장하겠는 것은 당연히 내 방 책상 서랍이다. 첫 번째 책상 서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아마 중학생 때부터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들이다. 편지의 주인공과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친구도 있고, 멀어진 친구들도 있다.
인연이 다한 사람들과의 편지를 솎아 내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이 많은 것을 하나하나 다 보면서 골라내야 할지 한꺼번에 버려야 할지 아직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예전에는 가끔 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는데, 사실 이제 나를 위로하는 것은 과거의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들여다 본지는 오래되었다.
편지도 선물도 내가 줄 때를 생각해보면 그 순간이 중요한 것이지 오래오래 보관하며 기억하길 바라진 않는다. 물론 선물을 고를 때 그 사람에게 오래도록 유용하길 바라는 욕심은 있지만, 사용과 보관은 그 사람의 몫이다. 내가 받은 편지들도 내 몫이었다. 내게 편지나 선물을 갖고 있냐고 물어보거나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도 확인하지 않는다. 글을 쓰다 보니 정리할 시간임을 깨달았다. 편지를 준 친구들에게 직접 연락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것이 낫겠다.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는 서랍 안에만 머물러 있는 호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