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암사자 Dec 29. 2022

[소설] <우럭 장례식> 0. 프롤로그


“형!”


범주를 큰 소리로 부르며 달려오던 민기가 제 발에 걸려 넘어졌다.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짚는다는 것이 그만 옆에 쌓여 있던 장례물품을 건드려, 장례식장은 온갖 챙그랑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장례를 준비하던 직원 몇몇이 민기 쪽을 예의주시하며 바라봤다. 누군가는 귀를 틀어 막고 있다. 민기는 자신이 일으킨 소란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보였다. 범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장례 방법과 절차에 대한 안내를 듣던 중이었다. 범주는 민기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왜 이렇게 난리야.”

“담배 피고 오는 길에, 복도 모니터에 화장 시간 예약 명단이 떠 있기에 보고 왔거든요.”

“그런데?”

“…화장 시간을 좀 미루면 좋을 것 같아서요.”

“왜?”

“다른게 아니고…”


민기는 대답 대신 범주 옆에 나란히 서있는 장례지도사를 바라보며, 화장 시간을 바꿀 수 있는지 물었다. 장례지도사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뒤적이더니, 오늘은 예약이 꽉 차 있어서 옮긴다면 제일 빠른 시간은 내일 오전이라고 했다. 범주는 화장 시간을 옮겨야 할 그리 급박한 사유가 있을까 싶다. 민기에게 묻는다.


“도대체 화장 시간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뭔데?”


민기가 대답한다.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요, 형. 그러니까… 우리가 이 친구를 잘 보내주기로 했잖아요? 근데 예약자 명단을 봤단 말이죠. 제가. 그러니까… 우리가 의도했던 대로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늘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하던 민기였다. 그런 모습이 때론 너무 똑 부러져 재수없어 보일 때도 있었는데, 오늘의 그는 답답할 정도로 어리바리하다. 범주는 민기와 자신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대놓고 얘기를 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날들이 그것을 증명했다. 범주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다시 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암사자입니다. :-)

2022년 여름에 완성한 장편 소설 <우럭 장례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4화까지는 브런치와 포스타입 두 곳에서 무료로 연재하고,

5화부터는 '포스타입' 플랫폼의 유료 결재 기능을 통해 

편 당 200원으로 유료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완결까지 읽어도 커피 한 잔값! ㅠㅠ!!)

차곡차곡 구독료로 받은 돈은, 

2023년 '암사자북스'를 통해 발간 예정인 <우럭 장례식>의 종이책을 만드는 인쇄비에 보태려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 암사자 <우럭 장례식> 읽으러 바로가기!(포스타입 플랫폼으로 이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