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호칭이지 정체성이 아니다.

by 암시랑
엄마! 장애인 아저씨!
어머! 그렇게 부르면 안 돼!
엄마가.. 읍읍..


위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 내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서자 알은체를 하는 아이의 입을 당황한 아이 엄마가 황급히 틀어막으며 인상을 구겼다.


아마도 아이 엄마는 좋은 얘기던 아니면 그 반대의 얘기던 집안에서 “장애인이 어쩌고저쩌고” 하며 내 얘기를 자주 했나 보다. 그렇게 자주 듣던 장애인 아저씨를 아이가 실제로 영접 했으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근데 장애인에게 장애인이라 부르는 게 무슨 그리 큰 문제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호칭으로 특징지어 불리는 건 불쾌한 일일 수 있다. 만약 신체 중 코가 유별나게 큰사람에게 누군가 “코 큰 아무개 씨”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뭐 친한 사이라면 별명처럼 부르기도 하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을까? 한데 친하지도 않고 생면부지 이웃에게 듣는 소리로는 분명 기분 별로일거다.

장애인이라는 의미는 구분적 용어다. 장애인, 비장애인처럼 일반적인 명사형의 통칭으로 특정 상황에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한데 우리는 무슨 벼슬 마냥 아무데나 붙인다.


장애인 사회복지사, 장애인 변호사, 장애인 아무개 씨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장애인'이란 일반 명사로 대변하게 만든다. 보통 호칭에는 이름을 부르거나, 누구 엄마나 아빠 혹은 303호 아저씨라고 부르지 303호 장애인 아저씨라고 부르진 않는다.


키 큰 아저씨, 잘생긴 아저씨처럼 어떤 특성이 부여되는 일과는 분명 살짝 다르다. 이런 신체적 특성이 정체성을 포함한다고는 보기 어려운데 유독 장애인에겐 그렇다.


장애인이 '다름'으로 차별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렇게 다른 정체성의 부여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닐까?



5 장애인은 호칭이지 정체성이 아니다_210625.jpg ⓒdoomok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네이버 국어사전, 표준국어대사전)”로 정의된다. 다시 말하면 개인이 타고난 특성이나 특질을 의미하는데 장애는 기술의 발전이나 의학의 발전, 개인의 노력을 통해 나타나는 불편의 정도다.


휠체어를 타거나 클러치(목발), 케인(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 인공 와우, 수어 등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보조기기들에 매몰되어 이웃, 동료, 친구, 가족 등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으로 규정되는 일들은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게 된다. 다름이 같음으로 인식되는 일이 가능해 지려면 어떤 모습이건 간에 사람으로서 동등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아프면 고통스러운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노동과 문화와 예술 향유를 욕망하는 사람으로서의 이웃, 동료, 친구, 가족이라면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먼저 보이지 않을까 싶다.


부디 장애를 먼저 보지 말고 사람으로 먼저 봐주길 바란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그대 곁에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강원랜드복지재단 복지큐레이터로 기고한 글입니다.

https://klf.or.kr/sub/04/board-view.php?board=board04&type=view&uid=25770&gopage=1&nickname1=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의 시민의식은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