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각박하다 못해 팍팍해진지 오래다. 층간 소음을 참지 못하고 칼부림이 나고 협소한 주차장에서는 고성이 자주 오간다. 심지어 장애인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한 차량을 신고 했다는 이유로 독한 건축용 약품으로 차량 테러를 저지른 이웃도 있다. 정말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세상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렇게 세상이 팍팍해지니 공돈도 자취를 감췄다. 나 어릴 때는 놀이터 그네 밑이나 뺑뺑이 근처를 발로 슬슬 파헤치면 하다못해 동전 몇 개는 나왔고, 우리 집이건 친구네 집이건 장롱 밑이나 방바닥을 들추면 꽤나 짭짤했는데 지금은 싹 자취를 감췄다. 주머니 사정도 사정이겠지만 다 여유 없는 마음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복지관에서 기념행사용 떡을 맞출 일이 있었다. 담당자는 떡 케이크 위에 기념 문구나 로고와 적당한 그림을 그려 넣어야 해서 이런저런 요구가 많았다. 결제와 관련해서도 보조금을 쓰는 과정에서 복잡해져 이런저런 요구 사항이 어쩔 수 없이 더해졌다.
수화기 넘어 떡집 사장님의 난감한 표정이 보이는 듯했다.
“거 몇 푼이나 한다고!”
옆에서 보다 못해 담당자에게 슬쩍 한 마디 했다.
“거기 사장님 짜증 대박이겠다. 좀 적당히 하지.”
“아녜요. 사장님 대박 친절하세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이왕이면 여기서 해주고 싶어요.”
"이왕이면?" 담당자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이, 어질러진 내 책상처럼 흐트러졌다. 코로나19로 경기가 힘들어졌다고 떡 케이크 하나 주문하면서 별의별 요구를 하는 게 과연 도움을 주는 걸까? 사장님 입장에서는 오히려 비용 대비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담당자는 하나라도 팔아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생각이 아닐까? 혹시 그 떡집 사장님이 달인이라서 엄청 장사가 잘 되는 바쁜 가게일지 누가 알겠는가? 만일 그랬다면 사장님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달나라까지 갈 기세다.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복지관에서 행사한다니까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달라는 대로 다 맞춰주려고 애썼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세상이 팍팍해지고 하루하루 경기는 더 깊은 바닥으로 떨어지기만 하는데 타인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담당자나 사장님이나 상대를 배려하려는 마음이었다면 그걸로 서로 잠시라도 무거운 마음이 가뿐해졌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돕는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귀찮을 수 있는 일이고, 나는 친절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위로와 격려를 건네야 할 때임에는 분명하다.
이 글은 강원랜드 복지재단 복지큐레이터로 기고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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