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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소설] 몬스터 킬러

| 괴물은 누가 죽였나

by 암시랑

작가의 이력이 흥미를 끌었다. 과학교사가 과학 이야기가 아닌 추리 소설이라니. 그것도 2021년 <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으로 추리문학상 대상을 탔다니 더욱 그랬다.


작가 혹은 선생님은 2015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을 시작으로 <십자도 살인사건>, <파멸 일기>, <학교가 끝나면, 미스터리 사건부>, <생명과학이 이렇게 쉬울 리 없어> 등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과학 도서를 다수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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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시작부터 묵직하다. 뭐랄까. 강렬했던 영화 <파수꾼>이 떠오르고. 하지만 그 안에 '살인'이란 주제는 얼마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학창 시절의 내가 떠오르기도 하고 인정하기 어려운 감정이 복잡하게 섞였다. 요즘 아이들이 정말 이 정도라고?


아이들도 그랬지만 열혈 교사 전조협의 지도 방식이 계속 거슬렸다. 열혈을 다른 의미로는 폭력이 아닐까. 학창 시절 대부분의 선생들은 '매'를 들고 다녔다.


학생주임처럼 감투라도 썼다면 사랑을 담뿍 담았다는 매의 질도 달랐다. 당구 큐대는 기본이고 어떤 선생은 목공소에서 그립감 좋은 경찰봉처럼 생긴 매를 아예 만들었다. 그걸로 하루도 안 맞으면 불안할 정도였다. 전조협처럼 갖은 구실을 갖다 붙였다.


그런데 학생인권 때문에 학생들을 선도하지 못한다는 전조협의 생각이 반복되는 걸 보고 미간에 주름이 저절로 잡혔다. 혹 작가의 생각이 아닐까? 아니길 바랐다.


물론 요즘 일부 아이들의 잔혹함이나 심각한 인성 부재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어른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그럼에도 어느 쪽이 힘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상상의 학원물이라고 해도 현실적인 내용을 그려낸 것이기에 누가 괴물인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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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쪽 | 178쪽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빠른 전개와 경험이 주는 몰입도는 상상을 초월한달까.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이 대부분의 아이들에겐 순수와 우정을 쌓는 긍정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작가의 바람이 있었다면 이 많은 괴물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천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에 가까운 인물이 등장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빵 셔틀이 아니라 담배셔틀을 하는 순근이 모습이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하플로크로미스 부르토니가 T시클리드로 변신하는 게 아니라 복수를 위해 변신을 선택한 순근의 모습이 짜릿하기는커녕 가슴 아팠다. 정말 학교가 괴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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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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